[뉴스워치=칼럼] 지금 대법원장의 처신 문제로 전국이 요동치고 있다. 대법원장의 처신 문제란 첫 번째로 작년 5월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사표를 내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 당시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받을 수 있다”며 사표 수리를 안 해준 것과 두 번째로 김 대법원장은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는 점이다.

특히 두 번째는 임 판사가 “대법원이 사실과 다른 발표를 했기에 부득이 사실 확인 차원에서 견해를 밝힌다”며 녹취록을 근거로 반박한 이후에 본인이 “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답변한 일에 대하여 송구하다”며 이를 시인함으로써 밝혀진 사실이다.

첫 번째의 탄핵 논의를 핑계로 하여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직무남용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는 법원의 판단을 보아야 할 것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사표를 낸 이동근 부장판사의 사표는 수리하고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만 거부했다는 점에서 여러 논란이 따를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여당의 탄핵 논의를 이유로 사표 수리를 못 하겠다는 의미의 발언은 여당의 눈치를 보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을 드러낸 발언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문제가 된다.

두 번째의 거짓말은 김 대법원장 개인적인 신뢰의 문제이다. 후배 판사의 장래와 관련하여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하였다는 점은 법원 조직 구성원 전체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조직 구성원의 반발이 예상된다.

사정이야 어떻든 사법부로선 국회에서 처음으로 법관 탄핵안이 통과됐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치욕스러운 일이다. 김 대법원장이 판사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부족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 대법원장은 헌정사상 최초인 일선 판사 탄핵이 임 판사를 표적 삼아 진행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거짓말한 대법원장이야말로 탄핵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나로선 정치적 상황도 살펴야 한다. 까놓고 얘기하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며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적 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것은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여당의 눈치를 본다는 의미로 민주주의를 포기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민주주의는 대부분 3권분립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3권분립은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행정·사법의 셋으로 나누어, 각각 별개의 기관에 이것을 분담시켜 상호 간 견제·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통치조직원리이다.

우리나라는 엄격한 삼권분립형을 취하고 있다. 그 때문에 선출된 권력 지상주의는 한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주장이다. 그런데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내야 할 김 대법원장은 정치 권력의 눈치나 보면서 법치 수호의 책무를 버리고 삼권분립을 뒤흔든 것이다. 눈치를 보는 것과 균형을 이루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인 것이다.

국회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찬성 179표, 반대 102표로 가결했다. 거대 여당의 위력이 다시 한번 발휘된 헌정사 초유의 일선 판사 탄핵이다. 거대 여당은 법사위 심사 등 법적 절차마저 무시하였고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임 판사를 ‘사법 농단’이라며 결국 탄핵하였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이른바 사법 농단 판결이 모두 무죄가 나고 있어 탄핵 사유 자체가 의문시되고 1년이나 지난 뒤늦은 탄핵이며, 임 판사가 이번 달에 퇴임하는데도 기어이 탄핵하겠다는 것,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 문서도 읽어보지 않고 도장을 찍어준 것 등은 이 탄핵이 정치적이라는 의심을 짖게 하는 정황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임 판사 탄핵은 김경수 드루킹 사건, 윤석열 징계 사건, 조국 사건 등에서 일선 법원이 잇달아 엄정한 판결을 내리자 전체 판사들에게 ‘조심하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국민은 약자에게 편안하고 강자에게 준엄한 사법부를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사법부는 강자에게 준엄하고 약자에게 편안하게 처신하고 있는가? 대법원장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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