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수 줄었지만 낙찰률∙낙찰가율∙평균응찰자수 등 지표는 상승

세종시 장군면 하봉리 소재 임야에 102명이 응찰해 전국 최다 응찰자 수를 기록했다./사진=지지옥션
세종시 장군면 하봉리 소재 임야에 102명이 응찰해 전국 최다 응찰자 수를 기록했다./사진=지지옥션

[뉴스워치= 윤영의 기자] 지난해 3월 사상 초유의 전국적인 입찰 법정 휴정 이후 시간이 갈수록 경매시장이 내성을 쌓아가고 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대부분 법원이 약 1달간 휴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총 응찰자 수가 전월에 비해 25%나 증가했다. 물건 수는 감소한 반면 경매 참여자는 늘면서 낙찰률, 낙찰가율, 평균응찰자 수 등 다른 지표는 모두 상승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8일 발표한 ‘2021년 1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경매 진행건수는 7810건으로 이 가운데 3340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42.8%, 낙찰가율은 76.3%를 기록했고 평균응찰자 수는 4.7명으로 집계됐다.

낙찰률은 지난 2017년 7월(43%) 이후 가장 높았다. 평균응찰자 수 역시 진행건수가 급감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올해 3월(4.8명)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경매시장이 이처럼 열기를 띤 배경에는 코로나에도 늘어난 응찰자 수가 자리잡고 있다. 첫 휴정 조치가 내려진 지난해 3월 총 응찰자 수는 6139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2차 휴정이 단행된 지난해 9월에는 총응찰자 수가 1만3469명으로 늘더니 3차 휴정이 있은 올 1월 1만5231명까지 증가했다. 경매시장만 먼저 코로나 백신을 맞은 듯한 형국이다.

경매법정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지역, 용도별로 온도차가 더 벌어졌다. 수도권 아파트의 1월 낙찰가율은 107.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100%를 상회하고 있다. 대전과 대구의 아파트 낙찰가율도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100%를 넘고 있는 가운데 세종의 토지 평균응찰자 수는 무려 22.1명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업무상업시설에는 여전히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1월 전남지역 업무상업시설의 낙찰률은 10%로 입찰이 진행된 10개 중 단 1개만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제주(13%), 충남(14.2%), 부산(17.5%) 역시 낮은 낙찰률로 업무상업시설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1월 최고 낙찰가 물건은 오산시 가정동 소재 공장(1만4938㎡)으로 감정가(195억1918만원)의 87%인 169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은 지난해 말 코스닥 상장사 중 최초로 파산선고를 받고 상장폐지된 에스제이케이(SJK)가 소유했던 공장이다. 자동차 부품과 전자부품을 제조, 생산했던 SJK는 경영난을 겪다 결국 지난해 12월 파산에 이르렀다.

1982년 2월 준공된 이 공장은 감정가가 200억원에 육박하는 대형 물건임에도 입지조건이 좋고 관리상태가 양호해 1차례만 유찰된 뒤 한 법인이 감정가의 87% 수준에서 낙찰받았다.

낙찰가 2위는 파주시 법흥리에 소재한 영화촬영소로 2차례 유찰 및 기일 변경 1회를 거쳐 감정가(182억6490만원)의 58.5%인 106억7680만원에 낙찰됐다. 3위는 82억원에 낙찰된 대전의 골프연습장이 차지했으나 낙찰자가 실수로 '0'을 하나 더 쓴 것으로 추정된다.

1월 최다 응찰자 수 물건의 경우 세종시 장군면 하봉리 소재 임야(1653㎡)로 무려 102명이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2억2646만원)를 훨씬 웃도는 5억9189만원에 낙찰됐다. 2위 응찰가도 4억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최근 세종시는 주택뿐만 아니라 토지 경매도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으로 이 물건은 정부세종청사까지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인데도 인기를 누렸다.

응찰자 수 2위는 동두천시 지행동의 아파트로 61명이 입찰서를 제출해 감정가(1억8800만원)의 113%인 2억1170만원에 낙찰됐다. 3위는 60대 1의 경쟁률 끝에 2억3200만원에 낙찰된 수원시 영통구 신동의 지식산업센터가 차지했다.

전국 월별 진행건수 및 낙찰가율/자료=지지옥션
전국 월별 진행건수 및 낙찰가율/자료=지지옥션

한편 코로나에 따른 법원 휴정 여파로 지난해 11월까지 이어지던 경매 진행건수 증가세가 감소세로 바뀌었다. 1월 전국 경매 진행건수는 7810건으로 전월(8029건) 대비 2.7%, 전년 동월(1만1536건) 대비로는 무려 32.3%나 감소했다.

1월 진행건수는 3873건을 기록한 지난해 3월에 이어 월별 진행건수로는 역대 두번째로 적은 기록이다. 역대 3번째로 적은 월별 진행건수를 기록한 시점도 지난해 12월로 모두 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한 법원의 선제적 휴정 조치에 따른 것이다.

진행건수는 줄었지만 낙찰건수와 낙찰률, 낙찰가율, 평균응찰자 수 등 다른 지표는 전월에 비해 상승했다. 낙찰건수는 3340건으로 전월에 비해 15.3% 증가해 낙찰률도 42.8%로 뛰었다. 월별 낙찰률이 40%를 넘은 것은 지난 2017년 8월(40.6%) 이후 처음이다.

지역별로는 대구의 낙찰률이 지난 2015년 7월(64.6%)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으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낙찰률을 기록한 점이 눈에 띤다. 평균응찰자 수 역시 특정 물건에 100명이 넘게 응찰해 15.1명이라는 다시 나오기 어려운 수치를 기록한 세종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낙찰가율 부문에서는 광주가 94%로 전국 최고를 차지했다.

윤영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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