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세 번째 ‘헌재’ 결정 앞두고 '사형제 폐지' 의견 제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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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 현성식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국가인권위는 3일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소원(2019헌바59)사건에 대해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한국은 2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동안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사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사형제도 폐지를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다. 인권위 역시 지난 2005년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의견표명을 시작으로 꾸준히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는 "사형제도 폐지 여부가 국가형벌권의 근본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유엔 사형집행 유예(모라토리엄) 결의’에 처음 찬성함에 따라 사형제도 폐지에 한 걸음 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권위는 “생명은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으며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라며 “존엄한 인간존재 근원으로 인간의 생명과 이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국가는 이를 보호, 보장할 의무만 있을 뿐 이를 박탈할 권한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8년 10월 ‘자유권규약’ 제6조에 대한 일반논평 제36호를 채택하면서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완전한 존중과 조화를 이룰 수 없고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사형제도의 폐지가 바람직하고 필요한 방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권위는 사형제도 유지 및 집행이 범죄억제 효과를 발휘하는지 여부에 관해 확실하게 검증된 바가 없다고 봤다. 강력범죄 가운데 사형선고가 가장 많은 살인의 경우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거나 미상인 경우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범죄 예방은 범죄억지력이 입증되지 않은 극단적인 형벌을 통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빈틈없는 검거와 처벌의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사형제도 존치론 측에서는 “오판 가능성은 모든 형사절차에 존재하며 수사의 과학화와 사법절차 개선을 통해 오판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들과 같이 오판에 의해 사형이 집행됐을 경우 생명은 회복할 수 없고 무고하게 제거된 한 생명의 가치는 아무리 공공의 이익을 강조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형벌 목적 중 하나인 교화 측면에서 볼 때 사형을 집행함으로써 이미 제거된 생명을 교육시켜 순화할 수 있는 방법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형은 교육순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유일한 형벌로 사형을 대체해 형벌제도가 꾀하는 정책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체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잔혹한 형벌로, 국가가 형벌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으로 삼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고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며 “사형제도에 대한 세번째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을 넘어 사형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인간의 존엄한 가치가 존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성식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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