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박서하
그림=박서하

다민족국가인 중국의 변경을 안정시키고 중국인들을 하나로 단결시키기 위해 추진된 동북공정프로젝트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 한국의 고대사를 비롯하여 근린 국가들의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의 자민족 중심의 국수주의는 역사를 넘어 전통의상, 생활양식, 식문화로까지 확산하면서, 다른 나라의 전통문화도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바로 우리들의 양미간을 찌푸리게 만든 ‘김치 기원’ 논쟁이죠.

1월 20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華春瑩)은 “중국에는 파오차이(泡菜)가 있고 한반도와 중국의 조선족은 모두 김치라고 부르는데 서로 비슷한 점도 있지만, 재료나 맛, 제조법 등은 제각기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김치가 파오차이의 아류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김치는 파오차이가 변형된 또 다른 형태의 염장 채소라는 뜻으로 들리기도 하죠.

소금에 채소를 절여 발효시켜 먹는 음식은 맛과 만드는 방법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어느 나라나 거의 다 있습니다. 일본에도 가지, 오이, 무, 배추 등을 소금과 술, 지게미 등에 절여서 먹는 파오차이와 비슷한 쯔게모노(地物)라는 게 있습니다.

하지만 김치는 채소를 소금에 발효시켜 먹는 음식과는 아주 다릅니다. 사실 동양에서 음식의 기원을 따지면 많은 것들이 중국에서 나왔을 겁니다. 기원적 2000년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 나라의 문화의 독자성은 그 기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시켰는데 있다고 봅니다.

지금 스시(寿司)를 일본의 전통음식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스시라고 적혀있는 마차에는 여러 종류의 초밥과 초밥을 만드는 요리사의 모습을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한 숟가락 정도의 밥을 손으로 집어 꾹 누르고 그 위에 생선을 올려 만든 스시는 니기리스시(握りずし)라고 합니다.

손으로 잡다의 니기루(握る)라는 말에 스시를 붙여서 만든 말이죠. 이런 모습의 스시가 처음 등장한 것은 기록에 의하면 하나야 요헤이(華屋与兵衛)에 의해서라고 합니다. 스시의 크기는 지금보다 두, 세배 정도 컸다고 하니 몇 개만 먹어도 배가 불렀겠죠. 그 이전에는 나무 상자에 밥을 넣어 그 위에 생선을 넣고 뚜껑으로 눌러서 만든 후에 작게 잘라서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초밥을 주먹밥처럼 만들어서 길거리에서 팔기 시작한 것이 스시이고 나무 상자에서 만든 하고 스시(箱ずし)와 구별하여 니기리스시라고 합니다.

스시는 700년경, 생선을 쌀과 소금에 넣어 발효시켜 먹는 음식에서 발전한 것입니다. 생선을 발효시켜 먹는 음식은 동남아시아의 산악지방에 살던 사람들이 어렵사리 손에 넣은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생선을 곡물을 발효시킨 술에 담가 숙성시켜 먹었다는데 이런 음식이 일본에 전해진 거죠. 우리나라에도 쌀겨에 묻어 삭힌 홍어회가 있는데 우리는 밥에 올려 먹기보다는 김치나 돼지고기에 싸 먹습니다. 독자성은 이런 데 있다고 봅니다.

생선을 발효시켜 먹는 음식은 전 세계에 있지만, 밥이 있는 틀 위에 생선을 올려놓고 생선의 모양대로 잘라서 먹고, 양념한 한 주먹의 밥에 싱싱한 생선 한 조각을 올려 먹는 것을 고안한 스시, 그래서 스시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네 김치도 소금에 절인 채소를 그대로 먹지 않고, 거기에 마늘, 생강, 젓갈 등으로 양념을 하고, 거기에 빨간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김치를 고안해 냈습니다. 어떤 것은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김치도 있지만, 소금에 절여 발효시켜서 먹는 것은 김치라고 부르지 않고 장아찌라고 합니다.

우리는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소금에 절인 채소에도 각종 양념과 과일까지 넣은 김치를 만들어냈습니다. 독자성은 거기에 있습니다. 어느 나라도 절인 채소를 그렇게까지 만들어 먹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그 누구도 함부로 김치의 종주국을 논해서는 안 되겠죠.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이화여자대학 졸업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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