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지난 20일 부산 기장경찰서는 기장군 한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학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아동 보호자에게 CCTV 열람을 위한 비용으로 1억 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경찰청 `개인정보보호법 및 아동학대 수사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CCTV 영상에 촬영된 모든 사람의 동의가 있어야 영상 열람이 가능하고 모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모자이크 등 비식별화 조치가 필요한데, 경찰은 이 작업 등에 1억 원 상당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 범죄의 경우 열람을 원하는 CCTV 시간대를 특정할 수 없기에 비용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상습 학대 가능성도 있기에 피해 아동 측은 CCTV 녹화 시간대를 최대로 요구하고 비용은 천정부지로 뛸 수밖에 없다.

이 보호자가 요청한 CCTV는 2주 분량으로 관련 업체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통상 ‘비식별화 조치’에 들어가는 비용은 분당 2만5000원으로 시간당 150만 원 선이며 주 5일, 하루 8시간 2주 분량을 처리하려면 약 1억2000만 원이 예상된다도 한다.

경찰은 이 사건의 경우, 영유아보호법에도 열람 요청이 있을 땐 영상을 공개할 순 있지만, 타인의 개인정보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한 뒤 보여주게 되어 있기에 모자이크가 필요하고, 그 비용은 열람을 원하는 측이 부담하게 돼 있는 매뉴얼에 따라 안내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영유아보호법의 개정 취지는 사라지게 된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은 무용지물이 되고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격이 되고 만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란 어린아이를 상대로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가 치우면서 "아옹“하고 아이를 놀라게 하는 놀이에서 파생된 말이다. 얕은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눈 가리고 아웅이란 놀이는 놀이 참가자를 웃게 하지만 이런 식의 눈 가리고 아웅은 한쪽을 답답하게 만들고 좌절하게 만든다.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학대를 받았다는 의심을 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영상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진대 이렇게 비싼 비용을 내고 모자이크해서 봐야 한다면 영상확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되겠는가? 실제 피해가 의심되는 아동의 어머니는 어린이집에서 제공한 영상을 봤는데, 아이만 빼고 전부 모자이크해 상황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지난 2019년 7월 4일,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어린이집에 영유아를 보내는 부모의 90.9%가 어린이집에 설치한 CC(폐쇄회로)TV가 아동학대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여긴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홍보하였다.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라는 자료를 보면,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어린이집 이용 1천753가구를 대상으로 어린이집 CCTV 설치 효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예방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가 아동과 보육교사의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하였는데 59.9%가 '문제없다'고 답했다. '인권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34.8%로 나타났다. CCTV 영상정보 열람 경험이 있는 부모를 대상으로 CCTV 영상정보 열람 시기를 물었는데 '신청 즉시' 42.9%, '신청 당일' 36.4%, '신청 후 10일 이후' 14.6% 등이었고, 열람을 거부당한 경우는 6.1%였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 CCTV 영상정보 열람에 필요한 경비문제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그런데 2019년 5월, 경찰청 아동청소년과는 ‘아동학대 수사 업무 메뉴얼’을 배포하였다. 해당 메뉴얼은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CCTV 영상 모자이크 비용을 열람을 원하는 측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열람권이 있는 보호자들조차 영상을 열람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경찰의 ‘아동학대 수사 업무 매뉴얼’은 지침의 한계를 벗어난 매뉴얼이라 볼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의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피해 사례는 3만 45건으로 2018년 2만4604건보다 6000여 건이나 넘었던 해로, 학대로 사망한 아동 숫자도 42명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 경찰의 이와 같은 매뉴얼의 보급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루빨리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며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법 취지에 맞게 열람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 교사나 다른 아이들 개인정보도 있겠지만 열람만 하겠다는 건데 너무 과한 비용을 내도록 하는 건 영유아보호법의 개정 취지에 한참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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