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형태 갖춰진 상태서 부화 인위적 멈춰...“부패위험성 높아 식용금지”

사진=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사진=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뉴스워치]  머리, 몸통 등 오리의 형태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까지 부화가 진행된 단계에서 인위적으로 부화를 중단시킨 일명 ‘부화중지 오리알’ 4000개를 시중에 유통‧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식품 분야 중 부화중지 오리알에 대한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화중지 오리알은 부화기에서 실온보다 높은 36~37℃로 보관되기 때문에 부패 위험성이 높다. 이같은 이유로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부화중지 오리알을 식용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판매·유통 역시 금지된다.

경찰 조사결과 오리알은 부화기에 넣어 28일이 지나면 정상적으로 부화 돼 새끼오리로 태어나지만 붙잡힌 생산업자 A(31)씨는 약 16~17일 경과한 시점에 부화기에서 오리알을 꺼내 B(67)씨에게 2회에 걸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부화중지 오리알(일명 싸롱)을 전문적으로 생산 판매하는 업자가 아니다. 부화수율 조절을 목적으로 간헐적으로 실시하는 부화율 테스트 과정에서 부화중지 오리알이 생산돼 유통업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화중지 오리알이 판매되는 이유는 수요가 있기 때문 이라는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외국인들이 '발롯(BALUT)'이라는 이름으로 즐겨먹고 국내 일부 노년층에서 ‘보신환’, ‘곤계란’이라고 불리면서 건강식으로 찾고 있는 실정이다.

유통업자 B씨는 이같은 수요를 바탕으로 전남에서 오리농원 부화장을 관리하는 생산업자 A씨에게 부화중지란 거래를 제의했다. 외국인들이 밀집돼 있는 경기도 중소형 도시, 서울 전통시장 등에 있는 베트남, 태국인 등 동남아 외국인 이용 전용 음식점과 마트에 유통‧판매했다.

판매업자 C씨는 경동시장에서 간판 없이 식료품 등을 판매하던 중 동남아 외국인과 국내 노년층 일부가 부화중지 오리알 구매를 희망하자 유통업자 B씨에게 제품을 구매해 은밀하게 판매하다 당국에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경동시장 등 재래시장에서 부화중지 오리알이 판매된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 잠복하며 6개월여에 걸친 수사를 펼친 끝에 외국인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판매하던 C씨를 붙잡았다. 이후 생산‧유통업자에 대한 수사 끝에 A씨와 B씨도 함께 적발했다.

조사 결과 B씨는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경기 이천, 광주, 천안시와 서울 전통시장 등에 유통했다. 부패하기 쉬운 부화중지란을 한여름에도 냉장차가 아닌 일반 화물트럭으로 구매해 자신의 승용차에 수일간 보관·유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당시 부화중지 오리알은 악취가 나는 등 변질돼 있었으며 이미 오리 형태가 생성된 제품임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부패하기 쉬운 부화중지란을 한여름철에도 냉장 보관하지 않고 폐기하기 직전까지 판매하는 등 최소한의 위생 관리 없이 유통·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강선섭 민생사법경찰 단장은 “부패가능성이 높아 시민건강에 위해한 모든 종류의 부화중지란을 먹어선 안된다”며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같은 행위를 끝까지 근절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현성식 기자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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