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기금 1조원 확보, 체육인 10만명 대상, 1인당 1천만원 지급”

사진=이종걸 후보 캠프
사진=이종걸 후보 캠프

41대 대한체육회장은 누가 될까. 1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2170명이 참여하는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투표로 진행되고 있다.

기호 1번 이종걸 후보는 17일까지 전국의 체육 현장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가 ‘배’ 부르고, ‘등’ 따뜻한 일부 체육계 인사만의 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는 일념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며 “애초엔 대한민국 체육이 가야할 길처럼 ‘큰 그림’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선거운동 초반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 ‘스포츠 복지국가’ 등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장의 체육인들과 만나 그들의 어려운 현실을 들으면서 선거운동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이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 체육계에 필요한 건 화려한 공약이 아닌 체육의 죽음을 막는 구체적 행동이란 걸 알게 됐다”며 “벼랑 끝에 몰린 대한민국 체육을 살리려면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인터뷰다.

헬스장 관장의 호소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헬스인들은 근육 손실보단 ‘국가적 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했다”

Q. 선거운동 기간 중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몰린 체육인들에게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A.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장기화하면서 많은 체육인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위기에 직면한 체육인들을 직접 현장에서 만나면서 ‘더 지체했다간 체육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Q. 스포츠 보급을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직접 수행하는 생활체육 종사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상황이다. 최근 재활복지센터 운영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체육인들 사이에서 ‘다음은 내 차례일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A. 먼저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헬스장, 축구장, 야구장, 태권도장, 유도장, 스케이트장 등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일부 문을 연 체육관이 있지만, 과거같은 운영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헬스장 관장님을 만났는데..너무 가슴 아픈 얘기를 들었다.

Q. 어떤 이야기였나.

A. 그 관장님이 대뜸 내게 “헬스계 종사자나 헬스를 즐기시는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뭔지 아십니까”라고 물었다. “그게 뭡니까” 되물었더니.

Q. 되물었더니?

A. “근육 손실을 가장 두려워합니다”라고 했다. 

Q. 근육 손실?

A. 내가 고갤 끄덕이니까 그 관장님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헬스인들은 근육 손실보단 ‘국가적 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체육관 문을 계속 닫으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우리가 아예 이 사회와 영원히 등을 질지 모릅니다”라고 하면서 울먹였다. 참담하고 또 참담했다.

Q. 정부에서 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체육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은 태부족하다는 게 체육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A. 시각부터 문제라고 본다.

Q. 시각?

A. 최근 고통받는 체육인들의 생계 부담을 덜어주고자 여러 ‘피해 지원책’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체육인들에게 해야할 건 ‘지원’이 아니라 정당한 ‘보상’이다. 

Q. 정당한 보상?

A.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 때마다 가장 솔선수범해 정부 정책을 따라준 이들이 체육인이다. 정부를 믿고, 따라준 결과로 그분들은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가 그분들에게 빚을 진 만큼 ‘지원’이 아니라 ‘보상’의 시각에서 생계와 생존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많은 체육인이 하는 말이다.

A.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축산 농가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가 어떻게 하나. 가축을 살처분하면 가축 평가액의 몇십 퍼센트를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왜 정부가 ‘보상’하겠는가. 축산 농가 피해를 최소화해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축산업 전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그리고 왜 지원이 아닌 ‘보상’이란 용어를 쓰겠는가. 정부 조치를 따르면서 발생한 축산 농가의 피해를 희생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으로 희생한 체육인들에게 보상금 지급해야”…“전문가들과 논의해 보상액, 보상 대상, 보상 시기 최종 조율 중”

Q. 지원이 아닌 보상의 시각에서 체육인들의 생계와 생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관건은 실질적 대안이 무엇이냐다. 재원 확보부터가 과제다.

A. ‘긴급 체육 기금’ 1조 원을 확보해 체육인 1인당 1,000만 원의 피해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스포츠토토, 경륜, 경정 등의 수익사업을 통해 해마다 1조6천억 원 이상의 진흥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문화체육부의 2021년 체육 예산이 1조7천억 원 규모고. 우선 국민체육진흥기금 가운데 올해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으로 배정된 5,200억 원을 ‘체육인 피해 보상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Q. 원래 공공자금관리기금은 체육지원에 쓰여야 하는 목적기금이다.

A. 맞다. 체육을 위해 써야할 기금을 지금껏 ‘이자 놀이’하는 데만 썼던 거다. 여기다 올해 집행이 예정된 각종 건립 사업비와 쿠폰·상품권 사업을 줄이면 4,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전시에 준하는 코로나19 환란 상황이다. 역사에 남을 시설보단 역사를 이끌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다. 

Q. 어떤 체육인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인가.

A. 피해 보상 대상자는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20세 이상 선수 37,700명, 지도자 26,600명 등 64,300명에 체육 종사자 약 35,000명을 더한 총 10만 명이 될 거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희생한 엘리트 체육인들과 생활체육 종사자, 코로나19로 각종 대회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임금이 깎이거나 해고 위기에 놓인 감독, 선수, 트레이너 등과 학교체육 지도자 등이 보상 대상에 포함될 거다. 체육단체에서 고용 위기에 처한 직원들과 최일선 체육센터에서 근무하는 강사들도 보상에서 예외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Q. 구체적 보상금 지급 시기와 방법,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A. 각계 전문가들이 보상금 지급 대상, 액수, 지급 방법 등을 자문해주고 있다. 구체적 계획이 이미 나와 있다. 당선이 확정되면 다른 건 다 미루고, 우선 체육인 보상금 지급 먼저 실행할 생각이다.

Q. 어느 체육인이 자신의 SNS에 이런 얘길 썼다. ‘국가가 빚지지 않으면 국민이 빚진다는 절박한 호소마저 낭만적으로 들리는 지금’이라고. 

A. 체육 현장을 돌면서 절대적으로 체감하는 현실이다. 나는 정치인 이전에 변호사다. 벼랑 끝에 몰린 체육인들을 보면서 이들 입장에 서서 무료 변론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값싼 눈물 한 방울이 아닌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희생한 사회구성원들에 대해 우리 공동체가 실질적 보상을 할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체육 정책이 당장 마련돼야 한다. 

Q. 한편에서 이 후보를 ‘포퓰리스트’로 공격할 수도 있다.

A. 죽어가는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분들을 살릴 수 있다면 포퓰리스트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저주를 들어도 괜찮다. 

Q.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와 만나면서 ‘체육인 피해 보상금’ 지급이 공약에서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격상한 분위기다. 체육계의 기대가 크다.

A. 체육인 피해 보상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기흥 후보는 여전히 ‘가능성 제로 공약’이라고 주장한다. 정직하게 말하자. 이기흥 후보야말로 ‘능력 제로’ 아닌가. 이기흥 후보가 대한체육회장이 돼 지금껏 한 거라곤 국감에 나와 머릴 조아리고, 사과하고, 문체부와 매일 싸운 것밖엔 없다. 이기흥 후보는 1조 원이 아니라 100억 원의 체육기금도 조성하지 못한다. 정부, 국회가 이기흥 후보를 대화의 파트너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체육계의 염원을 잊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현실에서 실천할 거다.

Q. 정부에 ‘코로나19 백신, 체육인 우선 접종’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

A. 맞다. 

Q. 이유가 뭔가.

A. 체육인들은 활동량이 많다. 실내, 야외 활동이 필수다. 교습도 대면 위주다.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체육인들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특히나 올해 도쿄올림픽이 열리지 않나. 선수들의 안전한 훈련을 위해서도 반드시 ‘코로나19 백신의 체육인 우선 접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Q. 가장 늦게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승산을 어떻게 보나

A. 막판 선거운동에서 치고 올라온 기분이다. 16일을 기점으로 지지율 1위에 올라섰다고 보고받았다. 다른 후보들에 대한 비난과 폄훼는 하고 싶지 않다. 열심히 노력하신 후보들께 박수를 치고 싶다. 고생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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