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지연 기분 나쁘다”, 전화‧문자폭탄 악성민원인에 유죄판결
욕설 등 전화 38회, 문자 843회 등 괴롭혀..상담 직원 산재 판정 받기도

고객센터 근무 직원이 지하철 고객 상담 및 민원 답변 등 업무를 수행 중이다. /사진=서울시
고객센터 근무 직원이 지하철 고객 상담 및 민원 답변 등 업무를 수행 중이다. /사진=서울시

[뉴스워치]  6개월 동안 서울 지하철 고객센터에 “열차 지연이 기분 나쁘다”며 전화와 문자를 수백회에 걸쳐 보내며 욕설과 고성, 반말 등으로 직원들을 괴롭혔던 '갑질' 민원인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

지난 2018년 3월 12일 오후 A(남. 30)씨는 “지하철 2호선이 1~5분 연착됐다”며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 직원에게 “연착에 대한 책임을 지고 통화료와 소비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라”는 등 과도한 사항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A씨는 이후 고객센터 직원의 사과를 받았지만 자신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9월까지 6개월 간 지속적으로 전화 38회와 문자 843회를 보내며 욕설과 반말 등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위를 계속 이어갔다.

더구나 A씨는 “이번 주 내내 클레임을 걸어 귀찮게 하겠다”, “너는 교환, 반품도 안 되는 폐급이다”, “전화 끊으면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보자” 등의 폭력적인 언행을 지속적으로 일삼으며 직원들 업무 과정에서 심한 공포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던 상담 직원 B씨는 A씨로 인한 스트레스로 결국 지난해 1월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질병(적응장애)에 따른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등 막대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이같은 행위를 더는 그대로 둘 수 없겠다고 판단한 서울교통공사는 결국 A씨를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소했으며 1심과 2심을 거쳐 지난해 12월 유죄가 선고됐다.

교통공사는 공사와 고객센터 상담직원 3명이 A씨를 지난 2018년 7월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소한 건과 관련,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의 양형에 처해졌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양형이 과도하다”며 항고와 상고했다. 하지만 법원은 "상담 직원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가 적지 않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사는 A씨 사건을 계기로 감정노동자로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을 보호하고 폭력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감정노동 전담 부서를 새롭게 만들어 피해 직원 보호 및 대응 메뉴얼 제작 등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토록 했다. 또 피해를 입은 직원에게는 심리 안정 휴가를 부여하고 공사 내 마음건강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재강 교통공사 고객서비스 본부장은 “고객 응대 직원에 대한 도를 넘어선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하에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며 “지하철을 이용하는 고객 편의와 안전을 위해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고객 들도 직원을 인간적으로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성식 기자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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