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박서하
그림=박서하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러 가자 하는 것 외에 일 끝나고 ‘밥이나 먹자’, ‘한잔하자’ 라고 하면 그 말을 꺼낸 사람이 ‘내가 살 테니 같이 가자’라고 말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친구에게 술 한잔 하자고 전화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돈을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니면 ‘네가 살 거니’ 라고 묻겠죠? 직장동료들과의 회식 자리도 그 자리에 참가한 사람만큼 나누어 돈을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단둘이 만나는 친구 사이라도 나온 금액만큼 나누어 냅니다.

대체로 일본에서는 식사를 별로로 하고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참가비용이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로 나오는 장소로 정합니다. 먼저 가는 사람은 적절하게 회비를 기준으로 참가비를 냅니다. 그러니까 굳이 각자 낸다는 와리캉이라는 말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거죠.

참고로 와리캉은 와리마에간죠(割前勘定)의 약자로 할(割)은 ‘쪼개다’, ‘자르다’, 전(前)은 ‘몇 인분’, 감정(勘定)은 ‘계산하다’라는 의미로 ‘몇 사람 분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라는 의미입니다. 와리캉은 데이트할 때 ‘각자 내자(와리캉)는 남자는 어떠냐’ 처럼 일상언어가 아닌 개념적으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각자 낸다는 일본에서 뭐라고 할까요? 일본식당에서 가족처럼 보이지 않으면 식사를 하고 나올 때 ‘같이 계산하시겠어요, 고잇쇼데스카, ご一緒ですか?’ 아님 ‘따로따로 계산하시겠어요?’ 라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와리캉데스까라고 식당 종업원이 묻는 경우도 돈을 내는 사람이 와리캉데스라고 말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대신 베츠베츠데스카(別々ですか)라고 묻습니다. 따로 따로 계산해 달라고 말하고 싶으면 베츠베츠데(別々で)라고 하거나 좀 더 정중하게 말하고 싶으면 베츠베츠데(別々で) 오네가이시마스(お願いします)라고 하면 됩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계산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다고 ‘계산시데 구다사이(計算してください)’ 라고 말하면 안됩니다. 일본어에서 계산해 달라는 말은 말 그대로 계산을 해 달라는 것으로 식삿값, 혹은 술값을 내겠다는 의미는 없습니다.

그럴 때에는 ‘오칸죠(お勘定) 오네가이시마스(お願いします)’, 혹은 ‘오카이케이(お会計) 오네가이시마스(お願いします)’ 라고 합니다. 의미는 둘 다 계산해달라는 의미이지만 식당에서는 주로 오칸죠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 외 쇼핑한 물건값을 지급할 때에는 오칸죠(お勘定)는 사용하지 않고 대신, 오카이케이(お会計)라는 말을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둘 다 외우는 것이 복잡하다 싶으면 그냥 ‘오카이케이 오네가이시마스’라는 말만 외우면 어디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이화여자대학 졸업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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