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특한 문화에서 파생하는 특징적인 일본어

/사진=박서하
/사진=박서하

일본이 우리와 비슷한 문화를 지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그 원인은 아마도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과 토지를 매개로 하는 서양의 봉건제와는 차이가 있는, 일본식 봉건제라는 정치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의 많은 나라는 막부의 지배를 받지만 독립된 세력으로 존재했고 그 때문에 타인에 대하여 배타적이지만 이를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우회적 표현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에서 발휘된 것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의 동질감을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교토에서 손님이 그만 가겠다고 하면 사용한다는

부부차츠케 다베테이카하리마센까(ぶぶ茶漬け、食べ ていかはりませんか?)입니다.

일본어 표준어로 말하면 '오차즈케와 도우데스카(お 茶漬けはどうですか.)'이지요.

'부부차츠케를 드시겠습니까?'라고 교토의 방언으로 묻는 이 말이 품고 있는 의미는 그만 ‘가시죠’이다.

부부차츠케(ぶぶ茶漬け)는 맨밥에 간이 될만한 장아찌, 연어, 다랑어, 김 가루 등을 올려 따뜻한 녹차를 부어 먹는 오차츠케(お茶漬け)를 말합니다.

참고로 부부(ぶぶ)는 교토말로 ‘뜨겁다’라는 뜻입니다. 요즘에야 ‘오차츠케’가 고급스러운 재료를 넣어 단독요리로 팔기도 하지만 원래 밥맛없을 때 우리네 어른들이 밥에 물 말아 김치 올려 먹는 정도의 음식입니다.

그런 변변하지 않은 음식을 권한다는 것이 손님에 대한 예의는 아니니 그만 가라는 의미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일설에는 술 마신 후 속 풀이용,  혹은 입가심용으로 오차츠케를 먹으니까 이 음식에는 ‘끝이다’라는 의미가 담겨있어 이런 표현이 나왔다고 하기도 합니다.

교토는 일본 왕실이 1000년을 거주하던 곳이라는 문화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도시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곤 합니다.  외지에서 교토로 이주한 일본인들조차 교토의 독특한 문화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고급 일식집에 진한 향수를 하고 온 손님에게 ‘아 향이 참 좋으시네요’라고 말하는 것은 칭찬이 아닌, 나름 품격을 갖추어 그런 차림은 음식점에 오는 예의가 아니라고 주의를 주는 겁니다.

당사자가 이런 표현을 못 알아 듣는 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름대로 다른 손님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돌려 표현하는 것입니다. 불쾌할 수도 있지만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이화여자대학 졸업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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