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12일 코로나 신규확진자 수가 1030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밤 보도만 하더라도 확진자증가세는 높지만, 주말이라 950명인 전날보다는 적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만 1000명이 넘고 말았다.

게다가 전체 감염자의 40% 정도로 추정되는 무증상 환자들이 ‘조용한 전파자’가 돼 방역 감시망 밖에서 감염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대처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은 섣부른 코로나 19 종식 발언으로 방역정책에 혼선을 더하더니 지난 9일 ‘긴 터널의 끝’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써가며 “정부 방역 역량을 믿어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방역·의료 역량이 한계에 다다를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정반대의 말을 하더니 다음날인 11일 정부는 코로나 사태 브리핑에서 “지금은 방역 수칙을 지키며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 방역 수칙을 국민이 제대로 지켜도 코로나 번지는 걸 못 막는 상황이라고 했다. 불과 하루 만에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정부에 의해 거듭 밝혀지고 있다.

병실도 의료진도 부족하다. 보도를 보니 지난 9일 기준으로도 수도권에서 확진자 가운데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자택에서 대기하는 환자가 이미 5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위중증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은 서울에 3개, 경기 3개, 인천 1개만 남아 있다고도 한다.

지난 2월 감염병 전담 병상 1만 개를 공언해 놓고 지난 10일 현재 4900개만 확보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12일 기준 코로나19 중환자가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62개로, 전체 중환자 병상의 88.5%가 소진된 상황이고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등증 환자가 입원하는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도 전체 4948개 중 1695개 병상만 즉시 입원이 가능한 상태라 한다.

지난 8월 2차 유행 직전에는 오히려 감염병 전담 병원 수를 줄이면서 코로나 19 병상을 일반 병실로 전환 하기까지 했다.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컨테이너 병상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의료진은 기진맥진해 있고 공공 의대 설립으로 인해 촉발된 의료계와의 갈등으로 의사의 수도 제대로 충원하지 못했다.

게다가 문제는 백신의 수급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8일 “유럽이나 미국처럼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 백신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 위험을 안고 강행하겠지만 우리의 경우 서둘러 접종할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백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안전성이 우선이니 다른 국가 맞는 걸 보고 하겠다”고 답변하였다. 그런데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 국가와 미국, 일본 등에선 곧 대규모 백신 접종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언제나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얀센, 모더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 4곳으로부터 약 3400만 명분(6400만 도즈)의 백신을 확보한다고 했다.

여기에 국제백신협약 코넥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 명분을 더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1000만 명분의 백신을 선구매하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9월 6일 백신 임상 참가자에게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해 미 식품의약국(FDA)이 내년 하반기에야 이 백신을 승인한다는 전망이 나와 있는 상태이다.

내년 하반기로 넘어갈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백신 확보 사투를 벌이는데 우리만 ‘천천히 방역’을 한다고 한다. 백신 확보가 왜 이리 늦어졌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백신을 내년 2~3월부터 순차 도입할 예정이다. 접종은 내년 2분기 이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최근 접종에 돌입한 영국, 곧 시작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4개월 이상 격차가 나는 셈이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돼 기대했던 집단면역 효과를 거둔다면 그만큼 빨리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백신 보급 속도가 경제 정상화의 시기를 좌우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우리 정부의 백신 관련 대응이 더욱 우려된다.

우리는 그간 K 방역 운운하며 외국의 사례에 비해 우리의 감염이 적다는 식의 사고에 안주해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의료진 수급도, 병상 마련도, 백신 구매도 모두 적절하게 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다가온다. 우리 국민은 백신도 없이 병상마저 부족한 상태에서 이 겨울을 나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모쪼록 정부가 준비를 차질없이 하여 방역에 성과를 거두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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