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얼마 전 한 학생과 이야기 도중에 희망이 뭐냐고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나온 말이 ‘잘 모르겠다.’라는 답이었다. 희망을 품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하였는데 모두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초중고생들에게 장래 희망이 무엇인가를 물어본 설문 조사를 보니 잘 모르겠다는 비율이 상급학교로 갈수록 많아지고 있었다는 보도를 본 기억이 생각났다. 왜 점점 더 희망을 품는다는 게 어려워질까?

우리의 현실은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 중산층은 2015년 67.9%, 2018년 60.2% 등으로 내리막 현상을 보인다. 비효율적인 분배 구조가 고착되어 계층상승을 위한 이동의 사다리는 치워지고 있다. 그래서 30~40대가 부동산에 몰두하고 젊은 세대가 주식과 심지어 로또에 열중한다. 한국이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어서 복원해야 한다.

이러한 중산층의 위기는 취업과 관련되어 있다. 중산층인 자영업자들이 하위층으로 몰리고 있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중산층의 위기는 결국 일자리와 취업 기회 확대로 풀어가야 하는데 포퓰리즘, 세금 인상, 그러한 것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 중산층 붕괴의 연쇄 작용은 이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교육도 이에 일조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식의 교육을 통해 계층의 상승을 꿈꾼다. 그래서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이 났다는 말이 종종 들려 나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교육 양극화는 실제로 소득 불평등이나 경제적 기회 불평등 해소라는 교육의 계층 사다리 순기능을 포기하였다.

한국에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때 많은 찬반이 있었다. 주로 로스쿨 제도를 반대하는 측은 법조인의 양이 대폭 늘어나고 반대급부로 질적 저하가 일어나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를 찬성하는 측은, 이 제도가 이미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고 아까운 많은 젊은이가 사법시험에 매달려 청춘을 낭비하고 있어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관철했다.

물론 로스쿨에는 사회 배려전형이 있다고도 하고 사법시험 시절에도 부유층 출신이 많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로스쿨은 약자들의 계층이동을 가로막는 대표적 제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실제 올해 국정감사에서 전국 40개 의대 신입생의 52.4%는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9·10구간으로 조사됐다. 전국 25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은 신입생의 51.4%가 고소득층이고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SKY 의대의 경우 고소득층이 74.1%, SKY 로스쿨도 58.3%로 신입생 10명 중 6명은 고소득층 자녀였다.

문제는 SKY 대학 신입생 중 고소득층 비율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SKY 대학의 고소득층 비율은 41.1%에 그쳤지만 2018년 51.4%, 2019년 53.3%, 2020년 55.1%로 올랐다.

이를 두고 김병욱 의원은 “교육이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계층상속의 지렛대로 작동한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하였고 정찬민 의원도 “부모 소득에 따른 교육비 지출 차이가 자녀의 학력 격차로 이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현 정부의 입시정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를 생각해보아도 답답하기만 하다. 평균 노인 빈곤율이 거의 절반(48%)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분류된 중산층이 노후에 중산층으로 얼마나 남을지도 문제이다.

중위소득은 대한민국 국민의 소득을 한 줄로 세웠을 때 딱 중간의 소득을 말한다. ‘중위소득 50% 미만 비율’은 2015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다. ‘빈곤층’으로 볼 수 있는 가구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2015년 2분기 12.9%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계속 올라 2019년 2분기에는 17%까지 치솟았다. 중산층 감소와 계층이동 어려움을 지금의 수치를 산술적으로 이해하여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실업의 증가도 희망의 사다리를 끄집어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 2020년 9월의 실업자는 100만 명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이들이 일자리에 목말라하고 있다. 실업자는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주간인 1주일 동안 전혀 일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항상 취업할 수 있으며,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경우에 속하는 자를 말한다.

따라서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 여러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을 못 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도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있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그러므로 지금 일자리에 목말라 하는 이들은 사실상 400만 명을 웃돈다고 봐야 한다. 15~29세 청년층에서 네 명 중 한 명이 이런 이들이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여서는 안 된다. 구름 잡는 정책으로 백번을 이야기해도 이를 믿는 국민은 없다. 일자리 창출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교육을 바꿔야 한다. 복지도 문제다. 이에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가 따로 없다.

상대방 흠집 내기와 내로남불식 처세는 이제 너무나 지겹다. 이래서는 국민에게 희망은 없다. 어찌 되었든 이와 같은 현상은 정치의 실패로 인한 결과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공정한 기회와 결과 가치의 보장, 중산층에서 이탈한 자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 부익부 빈익빈을 고착화하는 교육, 노동의 가치와 전혀 무관한 일부 집단의 지나친 고소득 이런 것들을 모두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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