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최근 건설업계는 불량 레미콘 문제로 시끄럽다. 경찰 수사는 끝났고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상태지만, 불량 레미콘이 공급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공현장을 중심으로 진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하고, 일각에선 시공현장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레미콘 업체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신성콘크리트공업이다. 이 회사 임원 B씨 등은 201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건설사에 약정한 비율보다 시멘트와 자갈 함량이 낮은 레미콘을 만들어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도시 시공현장 '불량 레미콘' 타설 비일비재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보도된 신도시 ‘불량 레미콘’ 현장 중 한 곳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경인방송은 지난 5월 '레미콘 물타기' 비일비재…부실시공 우려’를 보도한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레미콘 차량이 신도시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들어서자, 관계자는 “물 좀 타 주세요”라며 운전자에게 레미콘 물타기를 지시했다. 또 다른 공사 현장에선 자동차 경적과 수신호 등으로 물타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1~2시간씩 기다리면 통 안에서 굳는다. 시멘트가 재산인데 덜 굳게 하려면 물을 안 탈 수가 없다." "물타기는 관행이고, 대부분 여기 레미콘 하는 기사들은 다 그렇게 한다."(레미콘 운전기사 녹취) 

건축 전문가들은 “아파트와 건축물 시공 시 레미콘에 구체방수제(콘크리트 혼입용 방수제)를 타설해서 시공을 해야 더욱더 안전하고 하자 발생률이 적다”고 말한다. 

건설사들은 비용 문제를 들어 구체방수제는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물을 타서 본래의 콘크리트 강도를 더 낮게 하니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방송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인천 서구청 주택과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물타기 추정 현장 중 한 곳은 A건설의 시공현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이미지 하락” 우려…‘불량 레미콘’ 현장 비밀에 부쳐

건설사마다 건물 외벽의 가림막은 색깔이 특징적이라 그것만으로도 시공사가 어딘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물타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장소는 A건설 현장의 안전교육관 앞이었다.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과 물타기 추정 현장을 비교해보면 건물외벽의 골드컬러, 계단 위치와 주차장 입구 등이  A건설 현장과 동일하다.

불량 레미콘이 공급된 공사현장은 비밀에 부쳐져 왔다. 불량 레미콘이 사용된 현장이라는 소문이 나면 계약자나 입주 예정자들의 항의와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신양회 불량 레미콘 사건 때 일부 주민은 아파트가 불량 레미콘으로 시공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자칫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천시 서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기자의 부실시공 우려에 대해 “5월 방송 보도 이후 시공현장 전체를 대상으로 점검을 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행정조치를 취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 점검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물 다량 콘크리트는 구조적인 힘 잃어 대형참사 원인

정해진 ‘물 시멘트 비율’의 범위 안에서는 레미콘 반죽이 된 편이다. 된 반죽은 콘크리트를 치기가 매우 불편하다. 펌프 카를 이용해 고층으로 운송하기도 불편하고, 운송된 콘크리트를 철근과 철근 사이에 고루고루 메우는 작업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콘크리트 속에 포함된 물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증발하는데, 증발하고 난 뒤에는 물이 들어있던 곳은 구멍이 남게 된다. 그 구멍이 과다할 경우 바람 든 무처럼 구조적인 힘을 잃게 되고, 그 구멍을 통해 공기와 빗물이 유입되면 콘크리트 속의 철근은 녹슬게 된다. 

일정 비율 이상의 물이 더해진 ‘불량 레미콘’은 부실 공사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 

건축 전문가들은 "배합이나 기준에 따라 제시되는 물 시멘트 비율을 준수하지 않고, 별도의 물을 섞어 넣는다면 추후 콘크리트 강도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부실시공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레미콘 물타기는 이뤄져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웅식 경제산업부 부국장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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