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1970년 11월 13일. 22세의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산화하였다. 청년 전태일은 당시 청계천의 통일사라는 영세한 5인 미만의 사업장 견습공이었다, 전태일의 죽음은 우리나라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으며 당시의 너무나 열악한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1987년의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며 근로조건의 개선과 사회 민주화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영세 소규모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의 인권은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5인 미만 사업장 370만 명, 특수고용노동자 250만 명, 간접고용노동자 350만 명 등 모두 1,000만 명을 넘는다고 하는데 이들의 삶은 50년 전보다 과연 좋아졌을까?

지난 10월 27일. 통계청은 ‘202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한국의 전체 임금근로자는 2,044만 6천 명으로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742만 6000명,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6.3%였다.

이를 세분하면 한시적 근로자의 비중이 22.5%,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15.9%, 파견, 용역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비전형 근로자의 비중이 10.1%인데 한시적 근로자보다 시간제 근로자와 비전형 근로자의 비중이 증가하였다.

비정규직 비중은 2012년부터 32~33%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9년 36.4%로 뛰었고 올해도 비슷했다. 특이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모두 2019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아마 코로나 19사태의 영향으로 보인다. 직업별로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가 8만 6000 명 감소하였고, 사무 종사자도 6만 7천 명이 감소하였으나 단순 노무종 사자는 18만 3천 명이 증가하였다.

시간제 근로자 중 고용 안정성이 있는 근로자는 52.5%로 2019년보다 3.9% 하락하였다. 현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부터 비정규직 감축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왔으나 비정규직 비중이 되레 늘어나고 있으며 노동의 질도 악화하였다.

한편, 올해 6~8월 기간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71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만8000원이 줄었다.

반면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년 전보다 6만9000원 증가한 323만4000원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152만3000원이었다. 이는 2019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치(143만6000원)를 또 경신한 수치이다. 5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비정규직이나 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삶은 제대로 쉬지도, 충분한 권리를 보장받지도 못하고 있다. 별반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지난 6일,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마석에 있는 전태일 묘역을 찾아 "그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정부는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1등급인 '무궁화 훈장'을 수여했다고 한다. 괜히 기분이 씁쓰레하다. 정작 필요한 것은 이러한 일회용 촌극이 아니라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실천이다. 근본적인 경제적 실천이다.

한국은 세계화의 흐름 한가운데에 있다. 세계화의 흐름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와 함께 전 세계를 장악하였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노동자의 취업조건을 크게 변화시켰다. 노동조합의 퇴보와 복지국가의 쇠퇴를 가져왔으며 국민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대기업에 공식적으로 취업하는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를 분리하고 다양한 고용형태를 만들어 냈다. 자영업자들은 노동자일 때보다 더 불안한 고용환경과 장시간 노동을 하여야 했다.

한시적이고 비 합법화된 고용, 하청의 연쇄 고리, 비 공식화 그리고 노동시장 분절은 노동자와 영세업자, 결국은 국민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시장에서 힘이 없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인권과 노동권의 박탈은 한국 경제를 병들게 하고 있으며 특히 청년들에게 내일의 희망을 빼앗고 있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한국은 어떠한가? 대기업은 고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국가의 경우 중소기업이 고용의 상당 부분을 감당하고 있지만, 한국의 중소기업은 열악하여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의 취업을 꺼리고 있다.

자영업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수익 악화로 고통을 받고 수시로 문을 여닫는다. 기업과 심지어 공공 기관들은 전가의 보도처럼 비정규직의 수를 늘리고 있는데 비정규직의 노동환경은 좋을 수가 없다.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화의 흐름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들에 대해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이제 전태일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그리고 그동안 노동환경의 개선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청춘을 바쳤던 수많은 사람의 노고를 기억하며, 모든 국민이 안정되게 내일의 꿈을 가꿀 수 있는 한국식 경제를 모색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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