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우리 정치사만큼 신당 창당사가 비일비재한 나라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창당론이 또 불거져 나왔다. 그것도 야권에서, 또 신당 창당과 정치적 이합집산에 익숙하고 ‘낯익은 인사’로부터 나와서 그다지 새롭거나 충격파가 큰 뉴스는 아니지만 여진은 지속될 것 같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야권 혁신론’을 설파하면서 새로운 야권의 신당을 창당해야 함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안 대표의 창당과 통합은 이제 그의 정치 이력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경력이자 비판적인 세력들로부터는 ‘창업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닐 정도로 ‘창당 전문가’라는 평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신당 창당론’이 당장 큰 충격파는 없지만 내년 서울, 부산 등 재보궐 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야권재편’은 불가피한 상황이 될 것인 만큼 과제를 미리 던진 셈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슈임은 분명하다.

안 대표가 대선도 아직 한참 남은 마당에 느닷없이 야권 신당론을 꺼내든 배경이 더 궁금한 상황이지만 들여다보면 간단하다.

야권 혁신이란 대의명분을 내걸었지만, 일단 제1야당이 제대로 된 강력한 견제력이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안 대표가 파고든 것이다. 야권 전체 판을 흔들어 놓고 자신의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하고 ‘존재감’ 살리기 위해 일단 ‘야권재편론’을 띄워 보자는 계산이 있는 듯하다.

보수 야당 자유한국당은 총선패배 이후 절치부심 끝에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가면서 당명을 색다르게 바꾼 지가 반년도 채 안되었기에 당연히 안 대표의 ‘신당창당론’은 어불성설이란 반응이다. 더구나 제1야당을 깨고 자신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안 대표의 정치적 계산에 발끈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것이다.

국민의 힘 지상욱 여의도 연구원장은 “정치입문 9년 만에 5번 창당? 무조건 야권이라고 모두 통합해야 혁신이 아니다”라며 “혁신, 혁신 많이 들었지만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아직도 국민은 이해를 못 한다”며 “그냥 반문 연대해서 주인이 되겠다는 생각만 하시는데, 이제 그만해달라. (안 대표의 지지세가) 많이 쪼그라 들었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 역시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반응이다.

반면, 장제원 의원 등 현 김종인 위원장 체제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야권 신당 창당론에 공감을 표하며 서둘러야 함을 강조하는 등 제1야당 내 분란이 표출되고 있다. 안 대표는 일단 소기의 목적을 우선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별 관심없는 신당창당론이 아닌 제1야당을 흔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의 정치적 계산이 어느 수준까지 맞아 떨어질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당면한 야권의 허약한 체질만 보여주고 있어 씁쓸하기만 하다.

한국 정치사에서 신당 창당은 때론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고 때론 소리소문없이 소멸해간 사례도 많다. 야당에 대한 국민의 바램과 지지자들의 답답함이 최고조에 달할 때 그 염원을 오롯이 담아낼 ‘새로운 그릇’이 필요할 때 창당된 신당은 큰 위력을 발휘했다.

지금 제1야당은 늘 그 자리 그 수준에 머물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보수 지지층이 안 대표가 주장하는 막연한 이합집산과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주도권을 살려보겠다는 눈에 빤히 보이는 계산 앞에서 과연 열정적 지지를 보낼지는 의문이다.

언젠가 야권이 더 큰 ‘위기감’이 닥치면 ‘신당 창당론’이 다시 본격 고개를 들겠지만, 지금의 신당 창당론이 국민의 눈에는 ‘하다 안되면 또 신당이냐’ 라고 비추어지지 않을까 싶다.

◇박동규 前 청와대 행정관
◇독립기념관  前 사무처장
◇ 現 한반도 미래전략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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