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얼마 전에 지인이 사망하였다. 사업이 실패하고 파산상태였는데 복부에 통증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의료보험료를 내지 못하여 의료보험을 받지 못하게 되었고 병원비 부담으로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때까지 병원을 못 갔다고 한다.

고인은 그렇게 늦은 치료로 인한 쇠약이 원인이 되어 사망하였다. 그런데 인근 장례식장이 문을 닫거나 폐쇄되어 유가족은 어쩔 수 없이 비싼 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하게 되었다.

화장장에 문의하니 예약 가능한 화장장도 없어 4일장을 지내야 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다행히 누군가 그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3일장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장례비용에 대해서 2015년 조사가 가장 최근의 것인데 한국소비자원은 당시 조문, 입관, 발인 등 장례행사와 화장 및 봉안, 매장 등 장묘에 들어간 전체 비용은 평균 1380만8000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장례를 통해 계산해보니 화장을 했음에도 장례식장 대여비, 꽃 장식비, 안치실 사용료 등 장례 부수비용, 장례식 의전 차량 대여비, 식대, 음료, 상조회비, 화장비, 납골당 분양 및 사용료 등 1500만 원 정도 들었다. 물론 치료비는 제외한 금액이다. 이는 도저히 절약이 불가능한 항목들이었다.

예전에는 부모님의 지인, 친가, 외가, 망자의 지인과 그 외가의 지인, 자녀가 장성하다면 그 자녀의 지인 등이 조문을 오고 부조하였다. 장례식장은 시끌벅적하고 유족의 사회적 관계가 이러한 기회를 통해 확인되기도 하였다.

화환과 조문객의 숫자는 망자와 그 가족이 지닌 사회적 위세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고인의 부모는 예전에 돌아가시고 아내와도 사별하였으며 아이들도 아직 어린 상태였다. 장례비는 턱없이 모자라 나머지 형제가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감수하며 채워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근대 사회에 들어서 부계적 확대 가족의 형태는 사라지고 가족은 소규모로 변모해 갔다. 또한, 어른 중심의 가족에서 아이 중심의 가족으로 변모하였다. 현대는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남성과 여성을 기본으로 한 가족이 아니라, 동성애 가족, 편모·편부 가족, 재혼 가족, 결혼하지 않은 가족, 무자녀 가족(딩크족), 노부부 가족(통크족) 등 전통 가족 구조가 해체되고 새로운 의미의 가족이 재구성되고 있다.

이혼율의 증가는 물론, 혼외 출생아도 증가하고 혼인 대신 동거하는 사람들도 생기며 동성애 가족이 함께 공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결혼을 안 하고 살겠다는 독신녀, 독신남도 늘어가고 있다. 가족 구성은 적극적으로 재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가족의 급변은 철옹성 같던 호주제를 폐지 시켰고 간통죄를 없앴으며 이제 낙태죄의 존립을 거론하는 등 사회문화와 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장례문화는 변화가 없다. 여전히 대가족과 그에 따른 대규모 조문을 염두에 둔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이전됨에 따라 노인층의 수는 늘어만 가고 있다. 통계청은 연간 사망자 수는 2012년 26만 7200명에서 2016년 28만 명으로 증가해왔으며,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2031년에는 4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대비가 장례문화 부문에도 필요하다.

그러나 화장장의 수부터 모자라다. 필자는 화장장을 구할 수 없어 전국의 화장장을 조사해보았는데 특히 수도권의 경우는 화장장이 너무 부족하였다. 그래서 얼마 전 주소를 서울에서 김포로 옮긴 고인은 외지인으로 분류하여 100만 원의 화장비를 냈다.

서울, 고양, 파주 시민은 12만 원을, 그 외 지역 거주자는 100만 원을 납부하게 되어 있었다. 부족한 화장시설과 장례 시설, 부담이 너무나 큰 장례비용을 이기지 못하여 무연고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기도 하다.

무연고 사망자의 90% 이상은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 회피한 경우라고 한다. 무연고 사망자가 2013년 1271명에서 2017년 2010명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작금과 같이 빈부격차가 심한 우리 사회에서 장례문화의 수정은 긴급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먼저 화장장을 늘려야 한다. 꼭 대규모일 필요는 없다. 민간 화장장을 설립도록 한다든가, 공공기관 옆에 화장장을 새우도록 한다든가 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장례 절차도 줄여야 한다.

일본의 한 상조회사가 시행한 조사에 의하면 장례식 조문객이 1996년에는 평균 180명이었지만 2005년에는 100명을 밑돌고 2013년에는 46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물론, 고령화와 가족의 변화가 그 원인이었다. 가족의 수가 줄어들고 조문객도 적어진다면 장례를 꼭 3일장으로 할 필요는 없다.

장례의식 없이 하룻밤을 지내고 매장이나 화장을 하는 것으로 일정이 짧아질 수 있다. 그리고 ‘작은 장례식’에 대한 국민 홍보도 필요하다. 장례는 애도에 집중하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합리적인 비용을 내도록 바꾸어야 한다.

발인 예식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세기의 배우 마릴린 먼로의 경우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은 30여 명이 채 못되었다고 한다. 가끔 보면 5일장을 한다든지, 국민 추모를 하다든지 하여 호화로운 장례문화를 부추기는 인사들과 유족들이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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