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인천 유나이티드의 생존 드라마가 흥행 속에 종영됐다. ‘생존왕’ 인천 유나이티드의 각본 없는 잔류 드라마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인천은 지난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파이널라운드B 최종전서 서울을 1-0으로 제압했다. 전반 32분 올 여름 제주에서 임대 영입한 아길라르의 천금 같은 결승골이 잔류를 이끌었다.

인천은 이날 승리로 승점 27을 기록, 최종전서 성남에 역전패한 부산(승점 25)에 강등 악몽을 선사하며 잔류를 확정지었다. 인천은 지난 24일 마지막 홈경기에서도 불과 2분 사이에 멀티골을 뽑아내며 부산에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서울까지 물리치며 생존본능을 발휘했다.

인천은 K리그 내 캐릭터가 확실한 구단이다. 전북 현대, 울산 현대, 수원 삼성, FC서울 등처럼 내로라하는 명문팀은 아니지만, 매 시즌 힘겹게 K리그1 잔류에 성공해 ‘생존왕’, ‘잔류왕’으로 통한다.

'생존왕'의 저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인천은 늘 시즌 중반까지 고전하다 막판에 힘을 내며 강등을 면하는 팀이다. 특히, 리그 막바지 파이널라운드에 돌입하면 패배를 잊고 내달리며 인천 서포터즈들과 함께 '기사회생'의 기쁨을 누렸다. 매년 극적인 1부리그 생존으로 스포츠가 자아낼 수 있는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팀이다.

올해 시즌 초 인천의 행보는 예년보다 더 심했다. 거의 모든 경기에서 패를 기록하며 유일한 강등팀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잔류왕'의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승점을 차곡차곡 쌓아가더니 기어코 마지막 경기에서 탈꼴찌에 성공하면서 또다시 ‘잔류왕’의 위엄을 보여주었다. 

인천의 잔류 DNA는 강력하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강해지는 팀으로 파이널라운드만 시작하면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2012년 승강제 도입 이후 매년 K리그2 강등 후보로 몰렸고 실제로 시즌 중·후반까지 꼴찌를 면치 못했지만 시즌 막판에 가면 귀신같이 K리그1에 생존하는 믿기지 않은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실제로 K리그의 모든 시도민구단을 통틀어 유일하게 강등 경험이 없는 팀이다.

또한, 인천은 스포츠마케팅의 기존 관행을 바꾸고 있다. 성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마케팅 효과가 작다는 것이 기존의 시각이다.

그러나, 성적이 좋은 스타나 팀을 부각시켰던 마케팅 콘텐츠가 소비자의 감동을 부를 수 있는 ‘인간적 스토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런 시대적 흐름에 인천의 ‘생존왕’ 캐릭터는 매우 부합하고 있다.

‘생존왕’, ‘잔류왕’이라는 인천의 꼬리표는 이제 확실한 인천의 브랜드가 되었으며 인기의 원동력이 되었다. 과거 1970년대 고교야구 전성기 때 군산상고를 상징하던 닉네임 ‘역전의 명수’와 같이 길이길이 K리그에 남을 역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벼랑 끝에서 살아남아 치열하고 처절하게 싸우는 인천의 경기는 매년 K리그 후반기 최고의 흥행카드가 된 것이다. 진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짜릿함을 맛보게 하면서 매 시즌 아슬아슬 살아남는 인천의 스토리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콘텐츠가 된 것이다.

프로스포츠 구단이 팬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물론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팬들의 관심을 끄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존왕’ 인천이 보여주고있다.

인천의 생존본능은 무엇인가? 강한 멘탈이다. 실력보다 멘탈의 승리다. 멘탈은 퇴로가 없는 힘겨운 강등권 탈출 싸움을 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상대보다 정신력이 앞서야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 감독이 아무리 좋은 전술과 작전을 시도해도 정신력이 무너지면 실패하는 법이다.

선수들이 심리적 압박감을 갖고 경기에 나서는 것은 골절 상태로 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멘탈이 붕괴되면 다리가 움직이지 않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벼랑끝 승부에서는 무엇보다 강한 멘탈이 필요하며, 선수들의 기술적인 부분만큼이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훈련도 중요한 것이다.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부산이 강등권에서 경쟁했던 팀 중 가장 생존 가능성이 컸던 팀이었고 인천은 강등에 가장 가까웠던 팀이었다. 하지만 강등된 팀은 부산이었고 인천은 기적적인 잔류를 이뤄냈다. 인천은 멘탈 싸움에서 이긴 것이고 부산은 멘탈 싸움에서 패배한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멘탈이 중요하며, 섣부른 방심도, 좌절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존왕’ 인천을 통해서 배운다.

설사 슬럼프에 빠졌대도 슬럼프라 절망하지 말자. 아주 잠시 고전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자. 인천 유나이티드는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의지를 많은 이들에게 알려줬다.

어느 일이든,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사의 마음과 승리에 대한 믿음으로 심리적으로 불안한 환경을 극복하는 것...이것이 바로 인천의 ‘생존본능’이다.

◇스포츠캠프(주) 대표
◇KS리서치 연구소장
◇前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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