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전래 동화속 ‘도깨비 방망이’는 주문만 외우면 원하는 대로 다 나온다. 꿈꾸고 희망하면 소원이 다 이루어지는 신기한 요술 방망이로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 쯤 요술 방망이를 갖고 싶어 했다.

요즘 민주당의 당원투표를 보노라면 마치 당이 원하면 원하는 방향대로 알아서 척척 ‘맞춤형 답안’을 만들어 내는 ‘만능 도깨비 당원투표’를 보는 듯하다. 21代 국회에 들어서면서부터 민주당이 당 지도부와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부담이 미칠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 발생하여 당헌 당규를 변경할 필요성이 제기되면 당원투표를 실시해 왔다.

지난 21代 총선 전 소수 정당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합의했지만, 당시 자유한국당이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자 맞대응 차원에서 당원들에게 뜻을 물었다. 결과는 찬성 74.1%로 비례연합정당 창당을 만들었다. 총선 후 위성 정당인 ‘더불어 시민당’과 합당 역시 당원투표에 부쳐 84.1%의 압도적 지지로 합당을 하게 되었다.

이번엔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혁신적인 당 개혁’이라 칭송받았던 당헌 제96조2항을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변경한 당원투표였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 실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 는 것이다.

민주당이 당헌 당규를 변경하고자 하는 배경설명과 추진방법만 놓고 보면 정당정치 차원에서는 일면 이해는 된다. 야당과 국민의 비판적 여론은 있지만, 민주당이 욕을 먹더라도 당원들의 뜻을 묻고, 후보자를 결정해서 선거결과에 책임지겠다는 것이기에 말 그대로 결과에 책임지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는 좋아하는 정당과 그 당원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집권을 목표로 하고 집권을 위해선 ‘국민의 뜻’을 받들고 ‘약속’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당의 이념과 정책과 비전을 담은 말 그대로 정강 정책과 당헌 당규로 국민에게 약속하는 것이 ‘정당의 책임정치’이고 ‘정당정치’인 것이다.

민주당의 3번의 걸친 당원투표는 사실상 개혁적,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의 원칙’과 ‘대노선’과는 상이하거나 변칙적인 노선 결정을 위한 ‘전가의 보도’로 활용된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정치적인 결단을 내리기 곤란하고 여론과 맞싸움을 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은 이처럼 당원투표라는 ‘도깨비방망이’에 의존 해왔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당원 참여 투표율이 26.35% 이기에 ‘유효투표율’ 여부에 시비가 있다는 것은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당원들은 당이 결심하면 ‘절벽’이든 ‘강물’이든 함께 뛰어들 각오가 언제든지 되어 있는 사람들이고, 그러한 집단의 모임이 정당이기 때문에 무의미한 분석일뿐이다.

오히려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아파해야 할 것은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하지도 않았던 당헌의 원칙, 스스로 지키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해야만 하는 ‘큰 업적’에 대해서이다.

이젠 민주당은 그 어느 정당에 대해서도 유사한 사례에 대해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할 ‘권리’도 ‘이유’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덕적 우월성을 스스로 폐기했고, 그저 그런 흔해 빠진 정당 행태 중 하나일 뿐이라는 평가에 가슴 아파 해야 하는 것이다.

집권 여당 민주당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만들어 온 자랑스러운 ‘대원칙’과 ‘개혁과 진보적 정당 시스템’의 큰 업적이 하나둘 무너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당은 전혀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도 미안해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충성스럽고 지혜로운 당원들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어려움을 헤아려 험난한 앞길을 헤쳐나아가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집권 여당 지도부가 책임을 피해 가기 위해 ‘만능 당원 도깨비방망이’에 의존할 수는 없다는 분명한 사실도 되새겨야 할 때이다.

◇박동규 前 청와대 행정관
◇독립기념관  前 사무처장
◇ 現 한반도 미래전략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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