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 칼럼] 며칠 전의 이야기다. 학부모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중 ‘차라리 예전에 교사에게 촌지 줄 때가 좋았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너무 뜻밖의 이야기라 그다음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에는 교사에게 어쩌다 한 번 돈을 주면 되었는데 지금은 그 몇 배의 돈을 학원에 매달 갔다 부어야 하니 정말 못 견디겠다는 것이었다.

그날은 마침 대학입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각종 대회의 논문·발명보고서 등을 대리로 작성하고 돈을 받은 서울 지역 입시 컨설팅 전문학원 관계자들과 이를 활용해 상을 받은 학생들이 경찰에 대거 적발됐다는 뉴스가 나온 날이었다.

그날 학부모들의 이야기는 그간 다수의 교육개혁이 정권마다 시도되었지만 정작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줄여주는 교육개혁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교육개혁은 기존의 교육체제를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다. 그러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 이해 당사자들의 의식·태도·행동에 변화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교육개혁은 그 내용의 적절성과 관계없이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의 인식과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뒤돌아보면 역대 대통령 모두 교육개혁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시한 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장기통합 교육계획’, 전두환 전 대통령은 ‘7·30 교육개혁’과 ‘교육개혁심의회’,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교육정책자문회의’,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교육개혁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다양한 교육개혁 정책을 폈다.

대학입시와 관련하여 살펴본다면 장기종합교육계획은 체력장 활용방안, 고등학교 평준화 개선방안 보고, 등이 있었고 7·30 교육개혁은 1980년 7월 30일 <교육 정상화 및 과열 과외 해소방안>으로 당시 우리 사회의 큰 병폐로 문제 되고 있던 과열 과외 현상을 근절시킴은 물론, 국가 백년대계의 근본인 교육의 기틀을 바로잡기 위해 취해졌다.

이때 대학 본고사 폐지와 고교 내신성적을 확대하였다. 당시 공직자·기업인 등 사회지도층 자녀 과외 금지와 위반 시 공직추방 등의 강경조치와 공·사립학교 재직 교수 및 교원의 과외 행위 금지, 위반자의 교직 추방. 비밀과외 발견 시 당국에 신고하기 등 강력한 대책이 실시되었다.

교육개혁심의회는 학제의 적절성·대학 입시제도의 개선·고교 평준화 정책의 진흥·사학 정책의 보완·교육자치제 운영 등이 논의되었고 1988년 중앙교육심의회가 발족하여 교육정책 및 교육 발전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 또는 연구하여 문교부 장관의 자문에 응하였다.

교육개혁위원회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교육부문 공약인 “입시지옥의 해소와 인간중심의 교육개혁”을 실천하기 위해 설치한 대통령 자문기구로 학생·학부모들이 대학입시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을 덜어주고,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이 입시 준비가 아닌 인성·창의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운영되도록 국·공립대학의 국어·영어·수학 중심 대학별 고사를 폐지하고, 사립대학의 학생선발 방법을 자율화하였다. 종합생활기록부제가 도입되어 학생의 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에도 끊임없이 교육개혁은 시도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고 과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초·중·고교의 이수 과목을 축소조정하고 수시 제도를 만들었다.

2000년대 이후로는 거의 매년 입시제도가 바뀌다시피 했다. 대학입시에서 특별전형이니 수시모집이니, 그 방법이 다양화되면서 대학별로 입시요강이 천차만별이고 수험생이나 교사들은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5.31 교육개혁, 2002 대입제도 개선안, 2008 대입제도 개선안 등 역대 정권이 개혁정책을 쏟아낼 때마다 교육은 후폭풍에 시달렸다.

2000년 4월 27일 헌법재판소는 ‘공교육이 아닌 사적인 과외 교습은 자녀 교육권과 인격 발현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한돼서는 안 된다.’라며 과외 금지가 위헌이라 결정하였다.

그런데 헌재의 결정 이후 사교육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3년 집권한 노무현 정부는 사교육을 잡기 위해 사교육을 아예 공교육 내로 끌어들이는 방과후 학교 정책을 폈다. EBS 수능 강의도 시작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사교육은 늘어만 갔다.

2000년대 들어 크게 부가된 수시모집의 증가는 사교육 천국을 만든 주범이었으니 이제 사교육은 초등학교부터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외고,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 농/수/공/해양계열의 각종 특목고, 2000년부터 시작된 자립형 사립고, 2010년부터 시행된 고교다양화 정책에 따른 자사고, 자율형 공립고, 영재고, 국제고 등 폭발적으로 늘어난 소위 대입실적이 좋다는 신종학교들 때문에, 입시 준비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교육도 부익부 빈익빈의 원리가 지배하게 되었다. 지방 명문대는 점점 약화하고 SKY대학의 위상은 높아져 경쟁은 치열해지고, 입시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모두 뺏어 버렸다. 많은 학부모는 이제 학원이 아이들 교육의 중심에 있다고 말한다. 일부 몰지각한 세력의 돈과 권력은 그나마 남은 공정성마저 의심받게 하고 있다.

그동안 숱하게 있었던 교육개혁의 빛나는 성과를 돌아보며 과연 교육개혁이 아이들 삶에 무슨 도움이 되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들의 인생에 가장 소중한 시기를 보내는 곳이 학교인데 그 학교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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