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승수 의원실에서 최근 스포츠혁신위 권고안에 대한 체육계 인식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구글 온라인 설문 시스템을 통해 현직 선수·지도자·행정가·학부모·학계 전문가 등 68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용이며, 주요 권고안 10개 중 9개 항목에서 반대가 찬성을 압도했다.

특히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 금지(찬성 13.4%·반대 75.6%), 전국소년체육대회 폐지 후 운동부와 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대회로 개편(찬성 17%·반대 70.6%), 내신성적 등 교과성적이 반영된 선발기준으로 체육특기자 선발(찬성 26.5%·반대 55.4%), 최저학력 기준 도달 학생만 대회 참가(찬성 21.5%·반대 53.8%) 등에서는 반대가 찬성을 압도했다. ‘반드시 정규 수업 후 훈련 실시’ 권고안에 대해서만 찬성(43.8%)이 반대(36.7%)를 앞섰다.

주요 권고안에 대해 정작 체육 현장의 당사자들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난 충격적인 결과다. 체육 혁신을 강력하게 외치고 있지만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현장에서는 냉소를 보내고 있다. 전혀 ‘말빨’이 안 먹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현장에서 반대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다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포츠혁신위 위원 중에는 체육 현장에서 직접 땀 흘리는 체육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체육인이 아니라 운동보다는 공부를 많이 한 박사 학위를 보유한 체대 교수님들과 국가대표로 성공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 출신 인사들과 인권문제라면 단골로 등장하는 단체의 인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인물들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는 ‘탕평책’ 시스템으로 서로의 다른 점을 존중하며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한 시각과 신념을 가진 인물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어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편향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열악한 현장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절규하고 있는 지도자, 선수, 그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참여가 배제되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개혁의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체육개혁을 입에 달고 사는 분들이 진짜 개혁을 하고 싶은 것인지 혹은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시민사회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체육계 현실은 과감하게 혁신하는 것이 맞다.

필자 역시 스포츠 혁신위가 지향하는 방향과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답답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한다. 이같은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체육의 경쟁력은 하락할 것이며, 대한민국 체육은 쇠퇴의 나락에 빠질 것이다.

스포츠혁신위는 스포츠의 핵심 가치가 경쟁이라는 사실을 간과했으며 경쟁이 없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면적이고 편협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경쟁을 통한 상호발전이라는 긍정적 순기능을 배제하고 경쟁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 인권을 침해했다면 인권을 침해한 것이 문제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를 금지하고 주말리그로 전환할 경우에도 많은 팀이 같은 지역에 있어야 하는데 그런 조건을 갖춘 곳은 일부 종목과 수도권 지역만 가능하다. 계체량을 하는 종목의 경우, 경기 할때마다 계체량을 해야 하니 매주 체중조절을 할 수 밖에 없는 비인간적인 상황에도 몰리게 된다.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일반 학생들도 참여하는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개편하겠다는 것도 말 그대로 ‘놀자판 대회’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소년체전은 많은 학생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가장 큰 대회이며, 학생선수들에겐 작은 올림픽과 같다. 일반 학생들과 함께 경기를 하면 기량 저하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체육 수준을 떨어트리게 될 것이다.

최저학력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선수가 최저학력제에 도달하고 있다.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이라는 정책이 일정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

문제는 국가대표급 학생선수들이다. 올림픽 출전을 위한 랭킹포인트를 쌓기 위해 국제연맹 주관 월드투어 대회에 잇달아 출전하면서 수업 결손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에 대한 배려 없이 국내대회 출전을 불허하고 일반학생과 똑같은 입시교육의 틀에 가둬둔다면 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또한,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최저학력제를 시행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고등학교부터는 직업 준비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문화된 교육을 토대로 학생선수들의 미래를 설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취업을 위해 특정 기술을 배우는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체육을 직업으로 삼고자 열심히 운동하는 학생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렇듯 체육 현장에서의 공감대나 공론화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추진하려는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은 체육인들의 민의를 거스르는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체육인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민국 체육을 위한 스포츠 혁신과 정책이 무엇인지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유일한 문제해결 방식이 아니다. 충분한 여론 수렴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양한 시각과 환경에 있는 체육인들이 평등한 주체로 참여해 공정하게 의견을 나누며 정의롭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 스포츠혁신위원회 보다도 지금 필요한 것은 스포츠 공론화위원회다.

◇스포츠캠프(주) 대표
◇KS리서치 연구소장
◇前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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