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故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가장 큰 소식이다.

뉴욕타임스는 향년 78세로 별세한 그를 두고 "삼성을 스마트폰 TV 반도체 등 전자업계의 거인으로 키운 큰 사상가(big thinker)"라고 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1987년 부친 이병철 회장의 별세 이후 2대 회장에 취임하며 “세기말적 변화가 온다. 초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말한 변화의 주도자이자 활동가였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춘(Fortune)은 삼성전자가 1995년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 221위에서 2014년 13위로 고속 상승했으며, 故이건희 회장이 경영을 맡아온 27년 동안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의 매출은 40배, 시가총액은 300배 이상 커졌고 세계적인 초일류 최첨단 기술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참고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는 1995년부터야 작성이 시작됐다. 참으로 대단한 성과다.

그러나 故이건희 삼성 회장은 부친인 故이병철 창업주부터 이어져온 정경유착이 계속 반복되어 왔다. 1996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2009년 ‘삼성 특검 사건’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02년의 ‘불법 대선 자금 사건’과 2005년의 ‘안기부 X파일 사건’ 때도 검찰로부터 조사받았는데,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는 것과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불기소됐다.

1996년에 있었던 고 이 회장의 편법 증여는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논란과 박근혜 정권과의 정경유착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인은 선대의 무노조 경영방침을 그대로 이어받아 삼성 중공업, 삼성화재, 삼성반도체 등의 많은 노동조합을 탄압했으며 많은 조합원과 그 가족에게 고통을 안겨줬다.

이 와중에 필자도 삼성에 의해 노동쟁의조정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어찌 되었든 삼성은 우리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故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진 임직원 강연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면서 보다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2003년에는 ‘천재 경영론’, 2010년에는 ‘위기론’, 2012년에는 ‘창조 경영’ 등을 주장하고 초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취임시 밝힌 소신에 맞게 변화와 혁신을 꾸준히 주도하고 실천해 오늘날 삼성 반도체와 스마트폰, 바이오 등의 신사업을 세계 초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고인의 죽음은 후대에 커다란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첫째는 이건희 회장의 이러한 신화를 이어갈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와 경제를 위한 기업의 당연한 책무이며 고인이 성장시킨 삼성의 영광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일이다.

다행히 현 후계자는 이에 대한 상당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대가를 위해서라도 정권과의 유착은 사라져야 하며 노동자의 의사와 노동조합 활동은 존중해줘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대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 한국은 대기업의 해외공장 건설과 중소기업의 약세로 청년들의 실업난이 극심하다.

해외공장 건립이 세계화 시대를 맞이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 삼성은 굴지의 대기업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역할에 대해 고민해주기 바란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중소기업 직원들의 복지문제를 감당해준다거나 중소기업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해준다면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인의 마지막 자리는 검소한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고인이 걸어온 발자취를 생각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인을 추모하고 싶겠냐 만 코로나 사태의 한가운데를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사려 깊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고인의 빈자리가 남겨둔 과제를 잘 마무리하고자 삼성의 후배들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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