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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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칼럼]  최근 몇 년 동안 동네에서 생필품을 사기 위해 다니던 국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00 마트'라는 중규모 마트가 어느 날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통상 결재 라인에는 네다섯 명의 주부 사원들이 분주하게 결재와 고객 응대에 정신이 없었는데 달랑 1명만 보이고 나머진 ‘셀프자동결재’ 기계들만 보였다.

여기 일하시던 아주머니들 다 어디 갔냐고 궁금하기도 하여 물었더니, ‘모두 짤렸다’ 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답변이 돌아왔고 ‘앞으로 세상이 점점 더 이렇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트를 직접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거나 줄어들면서 당연히 일손은 필요치 않게 됐고 모든 것을 이젠 집에서 홈쇼핑, 인터넷, 배달로 구매하는 세상이 몰고 온 한 단면에 불과하다.

이른바 ‘언텍트(Untact) 시대’, ‘코로나 시대’의 자화상이 하나둘 우리의 곁으로 실전이 되어 다가오고 있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세기적 역병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이 완전히 바뀌고 있고, 덩달아 국가 사회적 시스템도 동반하여 변화되고 있다. 아니 더 앞서서 ‘진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말이 ‘진화’지 어쩌면 비극적이고도 참담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더 극단적 상황도 발생했다. 지난 12일 폭주하는 택배 물량에도 먹고 살기 위해 다시 새벽잠도 설치며 나가야 했던 한 택배 노동자가 결국 숨졌다.

올해만 12명째이다. 한진 택배측은 김씨가 평소 심혈관 장애가 있었다는 의사 소견과 평소 과하지 않은 배달 물량 등을 이유로 과로사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동안 숨져간 11명의 택배원과 종사자들의 죽음 역시 대부분 ‘과로사’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국가 사회적 관심이 ‘포스트 코로나’에 쏠려 있다. 코로나 시대 국가 사회적 시스템과 환경변화에 ‘선제적’, ‘미래지향적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 시대의 ‘아젠다(agenda)’ 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분야에서는 ‘언텍트 시대’가 몰고 온 비인간적 노동과 삶의 현장의 실태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되짚어야만 한다.

단순히 마트에서 몇 사람의 주부들이 생활 터전을 잃은 것이 아닌, 또 늘어난 택배만큼 돌아오는 수입보다 오히려 노동자의 운명은 더 단축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부랴부랴 과도한 택배 노동에 대한 점검과 대책에 나섰다는 소식들이 나오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 관련 법을 고치고 개선하려면 많은 시간이 또 필요할 것이다.

때마침 ‘언텍트 시대’ 과로가 일상인 택배기사와 종사자들이 당장 반가워할 소식이 우선 눈에 띈다.

더불어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일요일에 배달이 없는 것과 같이 토요일에 배달을 없애 노동시간을 줄이고 휴식을 취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히면서, "택배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 개별사업자 계약으로 치부돼 노동권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마치 사업자끼리의 거래인양 책임지지 않고 택배기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에 대해 강한 비판적 입장을 피력했다.

김의원의 주장 실현은 유통 대기업들이 결심만 하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국민들 역시 공감하기에 토요일 하루 택배 없다고 크게 잘못될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와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당장 법과 제도를 바꾸는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우선 이처럼 ‘토, 일 휴무제’라도 시행한다면 또다시 이어질지도 모를 누군가의 과로사를 최소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앞서기 때문이다.

요즘 ‘가황’으로 불리는 나훈아의 ‘테스 형’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면서 번져 나가고 있다. 그 이유는 ‘코로나 시대’, ‘언텍트 시대’ 우리의 고통과 아픔과 답답함을 노래했기 때문이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가슴 저미게 들려오는 울림이 큰 노랫말이다.


◇박동규 前 청와대 행정관
◇독립기념관  前 사무처장
◇ 現 한반도 미래전략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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