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김경두... 대한민국 컬링의 대부로 알려진 인물이다.

1990년대 초반 컬링은 ‘얼음판에 요강을 굴려 빗자루로 쓰는 이상한 놀이’라고 취급받기도 했었다. 그렇게 생소한 운동 종목인 컬링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한 인물이 김경두다. 

그는 원래 레슬링 선수였다. 전국대회나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국가대표급 선수였으며 대학 졸업 후 체육 교사로 레슬링 선수를 육성하기도 했다.

대학원 진학 후 동계스포츠에 관심을 갖다가 컬링이라면 우리나라도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컬링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대한컬링연맹의 창립을 주도했으며 연맹의 부회장을 맡아 컬링연맹을 대한체육회에 가입시켜 컬링을 전파하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

컬링 초창기 연습장이 없어 경북 의성군에 있는 자신의 땅을 무상 기증하는 조건으로 경북도와 의성군으로부터 건립비를 지원받아 경북컬링훈련원을 건립하였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컬링 실업팀인 경북도청 컬링팀을 창단하고 대한민국 컬링 신화를 만들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던 인물이다.

컬링 보급 초창기, 컬링이라는 종목 자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를 대상으로 컬링을 전파했다. 이 때문에 본인 부부, 동생 부부, 딸 부부 등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컬링 지도자들이다. 

김경두의 아내는 남편 혼자 남녀 대표팀부터 주니어 대표팀까지 챙기기 어려워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주니어대표팀을 인솔하게 됐다. 김경두의 동생은 한국 최초의 국제심판이 돼 경북 의성여고에 컬링부를 창단해 평창올림픽에서 온 국민에게 감동을 전해 주었던 컬링드라마 주인공(팀킴)들을 발굴해낸 인물이다.

또한 김경두의 아들, 딸, 사위, 조카 등도 모두 컬링 지도자 혹은 선수로 활동했다.

부족한 저변확대를 위해 가족과 지인들이 선도적으로 컬링에 참여해야만 했던 사정과 컬링이라는 종목이 대표적인 ‘패밀리스포츠’라는 점에서 가족 간의 인적네트워크 가동에 대해서 이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스포츠 활동의 기본은 시설, 지도자, 참여자, 예산 등이다. 초창기 컬링은 이 모든 것이 없는 상태에서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만들어내고 컬링을 동계올림픽의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만든 김경두의 공로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컬링의 개척자’라는 칭송 대신 선수 인권 침해, 선수 상금 및 후원금 횡령, 친인척 채용비리, 컬링의 사유화 등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탈의 시작은 김경두의 영향을 받는 가족들이 한국 컬링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고생했으니 우리도 이제 등 좀 펴고 살자’는 자신들의 공로에 대한 보상심리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비인기 종목 컬링을 오랜 기간 일궜다는 ‘개척자 프레임‘으로 독재적 전횡을 일삼은 것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대한민국 컬링의 모든 조직을 사유화했던 것이다. 

이권을 위한 족벌 경영, 파렴치한 공금 횡령, 인격살인에 가까운 폭언과 억압. 이는 현재 시점에서 우리사회에서 요구되는 인권 의식과 투명성에 심각하게 이탈하는 비위행위인 것이다.

경기단체 운영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것이 조직의 사유화이다. 조직의 사유화 문제는 한국스포츠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심각하다.

가족들이 직접 임원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협회의 공적 자금을 개인 자금화하는 부조리가 생겨나는 등 조직이 사유화는 모든 체육 비리의 근원이다.

따라서, 임원의 겸직 제한, 동일학교 출신자 제한, 연임제한 등이 그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며 이사회는 항상 건강한 견제기능이 살아있어야 한다.

폭력 문제 역시 조직 사유화에서 시작한다. 고(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경주시청 철인3종팀 감독은 자신의 심복을 팀닥터와 주장으로 앉혀 팀을 장악했다.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어 폭력으로 선수들을 지배하면서 선수들을 갈취하는 악질적인 범죄도 저지른 것이다.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과거 국가대표 쇼트트랙팀은 특정 파벌이 장악했다. 조직의 우두머리는 전명규(전 빙상연맹 부회장)였고 행동대장은 조재범(심석희 성폭행범)이었다. 이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가대표팀을 몇몇 사적으로 강한 유대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팀으로 만들었다.

김경두를 대한민국 컬링의 영웅에서 컬링의 역적으로 만든 것도 바로 조직 사유화에서 시작된 것이다.

조직 사유화 문제를 뿌리 뽑는 것이 체육개혁의 핵심이다.

이제 조직을 사유화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바뀐 시대만큼이나 형태나 의식도 바꿔야만 한다는 사실을 체육인들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캠프(주) 대표
◇KS리서치 연구소장
◇前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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