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필자도 어느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젊었을 때는 건강보다는 평소 꿈꾸던 여러 가지 이상을 실천하는데 몰두하였는데 나이가 드니 수명과 건강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이제 속물이 다 되었나 보다. 그래서 하루에 일정 시간은 반드시 산책하기로 정하고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마침 집 근처에 공원이 있어 생각 없이 걷는 것이 그리 지겹지는 않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공원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어느 어머니와 딸의 대화가 들려왔다. 딸이 진학을 위해 경시대회 같은 것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그 어머니는 자기가 힘이 없어 딸의 진학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니 딸은 “나는 A 교수와 같은 사람은 싫어. 내 힘으로 떳떳하게 진학할 거야.”라고 답했다.

여기까지 듣고 나는 그 모녀와 다른 길로 접어들어야 했다. 한때 지식인으로 올바른 소리와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던 A 교수는 이제 공정치 못한 속물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모양이다.

현 정부 들어 공정이란 단어가 시대를 대표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족을 다 자르고 좌천시키더니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에 대해 수사를 안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물론 국민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교수나 국회의원, 장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흔히 지식인이라 분류되는 직업군들이다. 지식인이란 표준국어대사전에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라 정의돼 있다.

지식은 ‘어떤 대상에 대해 배우거나 실천을 통해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를 의미하며 인간은 이 과정을 통해 올바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는 훈련을 무수히 거친다.

따라서 지식인은 옳고 그른 것을 판별해내며 당연히 정답을 찾아내는 습성에 의해 옳은 것을 추구하게 된다. 이에 지식인은 세류에 영합하지 않고 옳고 정의로운 일을 추구하게 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지식인의 습성이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이러하지 않은 지식인이 유독 많이 발견된다.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편법으로 경력을 만들어주거나 자식의 휴가 연장을 둘러싸고 거짓말을 하며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부동산 대책이 실패하였음에도 아니라고 강변하거나 힘없는 할머니를 이용하여 재물과 명예를 얻었음에도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거나 울산시장 선거와 같이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라임 옵티머스 사건에서는 다수의 공직자가 뇌물을 받은 정황을 보인다.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공무원을 명확한 증거 없이 월북이라 규정하고 구출 노력은 전혀 하지 못하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지식인의 정의와 다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1990년대부터의 뉴스를 살펴보니 과거 정부에서는 집권 정당을 막론하고 어느 정도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면 본인이 사퇴하거나 사퇴를 시키는 경우가 꽤 여러 건 있었는데 현 정부는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있다.

필자는 사회는 바른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믿는다.

수십 년 독재정치가 이제 10년을 주기로 정권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사람 중 일부가 각 정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하나의 증거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만이 운동권세력으로 양심세력이라 자칭하지만 사실 운동권 중 학생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을 뿐이고 자신의 청춘과 미래를 내 던지고 노동현장에서, 직업적 운동가로 활동하던 사람들은 ‘국민의 힘’이나 ‘정의당’에도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양심세력이란 말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쓰이고 있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국민은 정치인을 지식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필자는 지식인의 반대말을 찾아보았으나 인터넷을 아무리 봐도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 농담으로 지식 아웃이라 쓰여 있는 것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반대말을 생각해보았다.

표준국어 대사전에 있는 지식인의 반대개념을 정리해보니 지식과 교양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이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추려보니 야만인, 미개인, 속물 등이었다.

이 중에서 야만인이나 미개인은 서유럽 보편주의적 색채가 강해 적절치 않았고 그래서 결국 속물이라는 단어로 정했다. 그러고 보니 지식인과 속물은 그런대로 반대의 의미를 지닌 단어로 적절해 보였다. 필자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속물보다는 지식인다운 정치인이 많이 나와 다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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