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칼럼] 일본의 소녀상 설치에 대한 광적이고 집요한 철거 공작이 베를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은 아베 중도하차에 이어 그의 ‘아바타’라 일컬어지는 스가 수상이 뒤를 이었다.

그는 취임 이후 지난 9월 24일 문 대통령의 ‘스가 취임 축하 통화’에서 "한.일 과거사에서 비롯한 여러 현안으로 어려운 상황이나 문 대통령과 함께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구축하기를 희망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 일본 정부가 독일 교포들이 정성을 모아 설치한 소녀상에 대해 또다시 철거 공세를 펼치면서 한.일간 새로운 분위기 조성시도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 미테구(區)의 정식 허가를 받아 설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외무상이 직접 독일 외무장관에게 전화까지 하여 철거를 요청했고, 일본 관방장관까지 나서서 ‘일본 정부 차원의 소녀상 철거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공표하기도 했다.

독일은 소녀상의 비문(碑文)이 ‘사전 승인받지 않았고 일본을 겨냥하고 있으며 공공장소의 정치 도구화’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승인 당시 비문 제출요구도 없었을 뿐아니라, 공공장소 역시 승인 당시는 알고 있었던 사안들이다.

결국 일본의 ‘정치적 압박’에 독일 정부가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소녀상은 일본의 정신대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탄압과 일제 침탈의 상징이자 악랄한 제국주의를 규탄하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이미 세계가 이해하고 그 잘못된 침탈의 역사에 공감하고 있는 역사적 진실인 것이다.

독일 교포사회를 중심으로 철거반대  청원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청와대까지 반대 청원이 올라가 있기도 하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앞뒤 안 가리고 강력하고 집요하게 독일 정부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정부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교포사회의 불안감은 더 가중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은 늘 면전에선 한국과의 새로운관계와 미래지향적 관계 정립을 떠들고는 뒷전에선 또 이처럼 뒤통수치듯이 그들의 오욕의 역사 지우기에 급급해 왔다. 전혀 낯설지 않는 두얼굴의 모습이다.

일본은 이처럼 야금야금 소녀상 철거 공작을 통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하면서, 결국 한일간의 파국 원인도 한국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촉발된 것이기에 책임도 한국에 있다는 점을 연계시키려는 의도가 늘 깔려있는 것이다.

소녀상 역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지난 박근혜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해결됐기에 더 이상 거론은 불가하다는 입장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다.

민간인 신분인 교포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소녀상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고 독일 정부가 호응하는 정부 간 움직임에 대해 우리 정부는 최소한 일본에 강력하게 경고하고 독일에 대해서도 협조 요청을 해야 한다.

오히려 독일 미테구(區) 소녀상 철거위기 소식을 접한 슈뢰더 독일 전 총리 부부가 독일 정부에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강력한 항의의 뜻을 공표하고 나섰다는 소식이 우리를 더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우리 민족에 대한 침탈의 역사, 우리 핏줄이 입은 가해의 역사에 대해 정부는 무엇을 망설이는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실체도 없는 명분’ 때문에 일본 정부의 ‘광적인 처사’에 대한 경고와 대응조차 망설인다면, 결국 일본은 자신들의 정당성만 더 높이는 성을 쌓는 시간만 벌어줄 뿐이기 때문이다.

 

◇박동규 前 청와대 행정관
◇독립기념관  前 사무처장
◇ 現 한반도 미래전략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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