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미국에선 웃고 중국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미 관계 발전 기여로 상을 받고 빌보드 핫100 두번째 1위를 거머쥐었다.

반대로 중국에서는 이들의 한국전쟁에 대한 발언이 중국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며 분노하고 있다. 특히 BTS의 전혀 악의적이지 않았던 발언에 국내 기업까지 몸을 사릴 정도로 중국의 중화사상은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12일(미 현지시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BTS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이 중국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BTS는 최근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한국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발언을 했다.

BTS 리더 RM이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에 맞서서 북한을 돕다가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인을 존중하지 않고 모욕했다면서 분노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이같은 중국 내 분위기는 중국 환구시보를 통해 보도됐으며 이같은 기류에 대해 미국 현지매체들은 중국 네티즌이 BTS를 '공격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뉴욕타임스는 'BTS는 한국 전쟁 희생자들을 기렸지만, 일부 중국인들은 모욕을 감지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BTS는) 공공연한 도발보다는 진심 어린 포용성으로 잘 알려진 인기 보이 밴드이고, 그것(수상소감)은 악의 없는 말 같았다"면서 "하지만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은 지체 없이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경우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BTS가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국의 이같은 중심주의, 민족주의가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정치적 지뢰가 되고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실제 중국 네티즌들이 BTS 수상소감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BTS 에디션'이 판매를 중지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는가 하면 베이징 현대차와 휠라(FILA)에서 BTS 관련한 웨이보 게시물이 사라졌다는 정보가 속속 올라온 바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삼성과 휠라가 K팝 밴드(BTS)와 협력한 흔적을 없애며 거리를 뒀다"면서 "이것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이 중국 사람의 애국심을 쫓는 최신 사례이고, 불매 운동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런가 하면 로이터통신은 "삼성을 포함한 몇몇 유명 브랜드들이 명백히 BTS와 거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번 논란은 세계 제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는 대형 업체들 앞에 정치적 지뢰가 깔려있다는 것을 보여준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중국 정부에서 이같은 기류를 멈춰세웠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브리핑을 통해 "BTS 문제에 관한 보도와 네티즌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며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다소 수그러들었다는 전언이다.

한편 BTS의 발언 후폭풍에 대해 국내 여론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BTS가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고 뉘앙스조차 비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네티즌의 반응은 어거지에 가깝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 반응을 신경쓰지 않고 활발한 활동을 해달라는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국내 팬들의 응원이 통한 듯 BTS는 중국 반응 관련 보도가 이어지던 이날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 버전으로 10월 17일자 핫100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통산 네 번째 핫100 1위 왕좌에 올랐다. '새비지 러브'에 앞서 BTS에 1위를 안긴 '다이너마이트'는 세 번의 1위와 네 번의 2위를 차지하며 7주째 차트 최정상권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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