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탁구 여자국가대표 신유빈,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다.

5살 때는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현정화와 대결을 펼치며 모두를 놀라게 했던 탁구 신동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대학생 언니를 4-0으로 완파해 화제를 모았으며, 최근엔 최연소 국가대표로 여자탁구 대표팀에 합류해 도쿄올림픽 단체전 출전 티켓을 따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대한민국의 귀중한 보물이다.

그런 탁구 천재가 올 초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현재의 여건에서 학업과 공부를 병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엘리트 체육을 배척하는 제도 아래서는 도저히 월드클래스 선수로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유빈 선수는 운동으로 인해 동료 학생들의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도 매일같이 오후 3-4시까지 수업을 들어야만 했고 밤늦게까지 운동하느라 체력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고 한다. 

작년엔 ‘최저학력제’에 걸려 국내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등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돼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한 랭킹포인트를 쌓기 위해 국제탁구연맹 주관 월드투어 대회에 잇달아 출전하면서 수업 결손 등의 문제로 경기도교육청의 방침이라고 학교장은 대회 출전을 불허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대회 참가 기간 동안 수업 결손을 보충해 줄 맞춤형 교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줬어야 했다. 이를 외면하고 국내대회 참가 불허를 하달한 것은 적반하장식 처사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어린 나이의 국가대표 학생선수가 올림픽 준비를 위한 대회 일정으로 학업에 전념하지 못했다고 학생선수 개인에게 국내대회 출전을 가로막는 조치는 매우 가혹한 것이며 반인권적인 행태다. 지원은 없이 규제만 남발하는 체육 정책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아직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17세의 어린 소녀가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과감하게 울타리를 박차고 나온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면서도 그 당당함에 찬사를 보낸다.

‘신유빈 선수’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 의해 많은 학생선수들이 학교를 포기하고 있다. 또한, 학교 팀의 잇따른 해체로 사설 스포츠클럽으로 간 축구학생선수들은 교육 당국의 무관심 속에 방송통신고로 전학하고 있고, 훈련장을 찾기 어려운 골프 학생선수들 상당수가 방송통신고로 진학하고 있다. 가정 형편이 좋은 경우에는 외국 유학으로 발을 돌리고 있다.

실례로 일본에는 코리아국제고 축구부가 있어 국내중학교 졸업 후 이곳에서 축구부 활동을 하며 일본 대학에 축구로 진학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우리의 학원 스포츠 현실은 매우 암울하고 참담하다.

스포츠 분야는 다른 분야와 달리 20대가 전성기이기 때문에 초기투자가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몇몇 종목의 경우는 전성기가 10대 중·후반이고 20대 초반이면 현역 선수들 중에 고참인 경우도 있다. 현 문체부 차관인 최윤희 차관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도 중3인 10대 중반이었다.    

따라서, 학생선수들에 대한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며 체육 영재들을 위한 특화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체육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방과후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통해 우수 선수를 육성한다는 방침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어리석은 방안일 뿐이다.

폭력과 인권 유린 등 체육계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에 편승해 대안 없는 정책들이 양산되고 있다. 체육 선진국의 사례라며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적 특수성을 무시한 어설픈 선진국 모델 모방이 학원스포츠를 몰락시키고 있다.

엘리트 체육의 어두운 단면을 없애는 적절한 노력은 하지 않고, 아예 엘리트 체육의 싹을 자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이다.   

체육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높은 양반들이 엘리트 체육에 대한 지원은 전혀 안 해주면서 체육 선진국의 사례라며 각종 규제와 제한들을 만들어 놓고 그 틀 안에서 움직이라고 하고 있으니, 선무당이 사람 잡고 있는 격이다.

이 같은 어설프고 일방적인 정책은 결국 ‘탁구 천재’ 신유빈 같은 우수한 학생선수들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손흥민, 김연아, 박태환, 류현진, 이용대, 정현 등과 같은 세계적인 스타는 이제 엘리트 스포츠를 말살하는 풍토에서 더 이상 나올 수 없다. 

학원과 경기장에서 학생운동선수들이 신바람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책 당국의 역할이다.

체육 선진국의 사례라며 남의 것을 어설프게 표절한 엉터리 정책이 아니라 우리 학생선수들과 체육인들이 땀 흘리고 있는 훈련 현장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체육에 가장 적합한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학원스포츠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스포츠의 틀이 붕괴된다. 어설픈 스포츠 선진국 흉내내기를 당장 중단하고 쓰러져가는 학원스포츠를 일으켜 세워야 할 것이다.

 

◇스포츠캠프(주) 대표
◇KS리서치 연구소장
◇前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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