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지난해 서울에서 100회 전국체전을 개최했다. 그런데 명색이 100회 대회이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개최됐던 체전임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수영장을 찾지 못해 수영 종목은 경북 김천에서 따로 치러졌다.

약 70-80여개 정도의 수영장이 있고 올림픽까지 개최한 서울에서 경기를 치를 수영장을 찾을 수 없다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특히 88서울올림픽의 유산인 올림픽수영장이라는 좋은 경기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영장 소유 관리 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대관을 거부했다. 올림픽수영장을 이용해온 동호인들이 시설 보수와 경기 일정으로 인해 이용에 불편을 겪는다는 이유였다.

체육을 진흥한다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생활체육인들의 집단 민원이 예상된다며 단호하게 대관을 거부한 것이다. 엘리트체육이 생활체육에 의해 쫓겨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201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학교체육시설 개방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활체육 동호회들이 학교 측과 임대계약을 맺어 학교 운동부들과 체육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학생 선수들이 훈련에 방해를 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협회에서 관리한다는 공공체육시설도 선수 육성은 등한시한 채 취미생활을 하는 생활체육에만 관심을 가져 대부분의 체육시설은 동호인들이 취미생활 하는 곳으로 전락했으며 엘리트선수들은 ‘떠돌이 훈련’이 일상처럼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몇몇 체육시설은 지역 정치인과 가까운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됐다.

오로지 ‘한국스포츠가 갈 길은 생활체육’이라며 생활체육에로의 정책전환을 거론하면서 엘리트체육을 무시하며 ‘모두의 체육’을 부르짖고 있는 자칭 ‘체육개혁론자’의 선전 선동이 만든 결과다. 

생활체육 저변이 확대되면 저절로 우수선수들을 배출할 수 있다는 자칭 ‘체육개혁론자’들의 논리는 국민과 체육인을 기만하는 처사다.

‘자전거의 나라’라는 중국의 경우 무려 3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며 자전거 동호회 수가 셀 수 없이 많은 세계 최고의 자전거 생활체육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사이클 국제대회에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탁구, 체조, 다이빙 등 어려서부터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육성된 종목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다.

저변이 넓다고 해서 저절로 우수한 선수가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단적인 사례다. 선수와 일반인, 동호인의 경기력 차이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스포츠계가 엘리트체육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엘리트체육을 죽이고 생활체육을 강화하는 정책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동구권의 해체와 냉전 종식 이후 더 이상의 국가 간 스포츠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생활체육으로 정책을 전환하였으나 오히려생활체육도 엘리트체육과 같이 퇴보해 버렸다.

체육단체, 동호회, 스포츠클럽 간의 갈등이 연일 계속되며 시민들이 발을 돌렸으며 스포츠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가 떨어지고 기업의 사회 환원 사업 중 스포츠 비중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 영향으로 세계적인 메이저 스포츠회사로 성장했던 아식스, 미즈노 등의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매출 규모도 계속 감소하는 등 스포츠산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체육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다시 엘리트 체육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장관급 부처인 스포츠청을 신설하고 엘리트 체육 예산을 증액했으며 우리의 태릉선수촌 같은 국가대표 합숙훈련소를 설치했다.

우리의 전국체전과 같은 국민체전에 대한 단호한 결정을 내려 경기종목을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축소하고 대회 목적 또한 국민 모두를 위한 대회에서 우수선수 선발에 비중을 두면서 외국인 선수 참가도 허용하며 경기력 향상에 노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스포츠정책 변화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생활체육의 참여 유도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자”는 정부의 슬로건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엘리트체육 경기력 향상으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생활체육도 활성화되고 스포츠산업도 성장하는 것이다. 

손흥민,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 김연경, 이용대, 정현과도 같은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이 있었고 컬링 대표팀 같은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생활체육도 스포츠산업도 발전할 수 있었다.   

선진국들이 엘리트체육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상품이나 국가의 이미지로 오버랩시켜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부가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스포츠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에 따라 시대착오적인 엘리트체육 죽이기 정책을 중단하고 스포츠를 국가미래성장산업으로 인식하고 엘리트체육 육성에 더욱 더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엘리트체육이 발전하면 생활체육도 스포츠산업도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어설프고 일방적인 정책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것이다. 쌍방이 서로 승자가 되는 윈-윈게임이 될 수 있도록 엘리트체육 죽이기 정책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부정확한 정보와 지식으로 만든 논리는 넘겨짚기식 허상에 불과하다. 설익은 근거를 갖고 마치 계몽군주처럼 체육인들과 국민을 향해 따라오라는 식의 개혁은 불필요한 내부의 적을 만들고 사회적 갈등을 일으켜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다.

임상실험 없이 백신을 투여해서는 안 되며 선무당이 사람을 잡아서는 안 될 일이다.

◇스포츠캠프(주) 대표
◇KS리서치 연구소장
◇前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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