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얼마 전 한 학생으로부터 질문이 들어왔다. 요즘은 코로나 확산으로 강의도 온라인으로 하고 질문도, 그에 대한 답변도 온라인으로 한다.

그 학생의 질문은 "시간도 하나의 재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시간도 민주주의적 배분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는 말씀에 정말 공감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23학점을 들으면서 동아리와 아르바이트, 학생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활을 하니 여가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습니다. 이렇듯 시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나 방안이 필요한지 알고 싶습니다”라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이에 대한 답변 거리를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 한국의 학생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경쟁의 논리에 의해 왜곡된 교육제도의 희생양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생은 세계에서 4번째로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학년도 한국 사립대학의 연평균 등록금(학부 수업료 기준)은 8760달러(약 1058만 원)로 OECD 37개 회원국과 비회원국 9개국 등 46개국 가운데 네 번째로 많았다고 한다.

한국보다 더 비싼 등록금을 내는 나라는 미국(2만 9478달러), 호주(9360달러), 일본(8784달러)뿐이었는데 이들 국가는 한국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들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모든 학생의 대학 진학을 권하는 분위기이다.

등록금이 없으면 대출을 해주고 그래서 졸업할 땐 대부분 학생이 수천만 원의 빚을 진 채 사회에 진출한다.

사회에 진출하면 취직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청년들의 취업 환경은 지난 10년 사이 선진국들이 점차 개선된 반면 우리나라는 거꾸로 나빠졌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2009년 8.0%를 기록해 OECD 5위로 양호한 편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9%로 10년 만에 0.9%P 늘어나 순위가 20위로 밀려났다.

OECD 평균 청년실업률은 우리나라와 달리 지난해 10.5%로 10년 사이 4.4%P 줄었다. 한국의 청년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37개국 중 34위이며 청년고용률도 OECD 32위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학 생활이 행복할 수가 없다. 보도에 의하면 국내 대학생의 대학 교육 만족도는 평균 3.13점(5점 척도), 대학 서비스 만족도는 평균 2.94점(5점 척도)으로 중국, 일본, 인도, 미국, 독일, 브라질 대학생과 설문 조사를 통해 비교해보니, 두 분야 모두 한국이 최하위였다고 한다.

국내 대학생 5명 중 4명(78.5%)은 졸업 후 취업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만일 취업을 한다면 금전적 보상(19.9%)을 기준으로 회사를 선택 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보도는 한국 대학생의 80.0%는 여가 활동이 삶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가 활동을 하는 비율은 44.5%뿐이었다고 보도하였는데 여가 활동을 하려면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40.5%)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정부의 교육예산 대부분은 초중고등학교 교육에 쓰이고 있다. 2020년 교육부 예산은 77조 원이 넘는데 이중 고등교육에 배정된 예산은 기껏 10조 원 남짓이다. 사립대학은 국가의 지원 범위 밖에 있으며 국가로부터 받는 것은 규제와 평가뿐이다.

따라서 오로지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여 비품도 사고 교수들 월급도 주고 장학제도도 근근이 운용한다. 대학이 학생의 행복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한마디로 한국의 대학생은 불쌍하다. 그래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린 학생들이 일류대학 진학을 일생의 목표로 삼고 숱한 사교육을 거쳐 마침내 대학생이 되어도, 이들에게 남는 건 빚과 사회생활에 대한 불안뿐이라면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일이다.

국가는 이런 교육을 왜 학생들에게 시키는가? 교육의 파행은 부모를 지치게 하고 저출산을 유도해 나라의 장래를 암울하게 만들며 사회의 경쟁 이데올로기를 부추겨 국민을 힘들게 한다. 뿐인가? 소위 명문고등학교와 학원들이 밀집된 지역은 한국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선도하고 있다.

잘못된 교육제도로 인해 한국은 병들고 있다. 이제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열된 경쟁체계를 재평가해야 한다.

전국적인 사교육 열풍과 대학의 우수학생 선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해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떨어지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올라가고 있다. 과중한 학업 부담은 학생들의 창의력 저하와 학습 피로도를 증대시킨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이러한 과열 경쟁과 우수학생 중심 교육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도 거의 배출하지 못했다. 필자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대학교의 서열화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학생의 불행은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처럼 우리도 서울 1 대학, 서울 2 대학 이런 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을 육성하여 대졸이 아니더라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모두 대학생이 되어야 제대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풍토를 바꿔야 한다. 학생들에게 강요되는 과도한 경쟁을 먼저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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