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A 씨가 지난 21일 실종됐다. 이 실종사건은 대통령이 UN 연설에서 남북 간 종전을 이야기한 직후에 알려진 것이라 국민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중에 발표된 북한의 통지문의 내용은 정부의 월북 주장과도 모순되고 실종자 A 씨는 무참히 사살된 정황이 들어있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였고, 여기에 이 통지문에 대해 여당 인사들이 이를 높이 평가하며 마치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 듯 찬양하는 것을 보고 이제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이 사태가 최소한 편 가르기에 이용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어 몇 자 적는다.

먼저 정부의 기민하지 못한 대응이 아쉽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사실이 문 대통령에게 처음 서면 보고된 것은 22일 오후 6시 36분이다. 오후 9시 40분 시신이 불태워졌고, 오후 10시 30분, 청와대는 ‘북한이 월북 의사를 밝힌 A 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23일 오전 1~2시 30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청와대에 모여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했고, 이 결과는 23일 오전 8시 30분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되었다.

10시간이 흐른 것이다. 무슨 이유로 대통령을 배제하고 자신들끼리 회의하고 또 회의 이후에도 6시간이 지나서야 보고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북한의 통지문에 따르면 A 씨가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어로 작업 중이던 북측 수산사업소 부업선에 발견된 시점이 지난 22일 저녁이었다. 이후 신고받고 출동한 시간이 얼마인지, 언제 사살되었는지는 북한 통지문에 언급이 없지만, 최초 보고 시점에 북한에 연락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대목이다.

이러한 아쉬움은 통지문이 서로 오가고 그 이전에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과의 서신의 왕래가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더욱 진하게 남는다.

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던 23일 오전 1시 26분부터 16분간 문 대통령은 사전 녹화된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보고받은 직후인 오전 11시 청와대에서 신임 군 장성 진급·보직 신고식을 하면서 이에 대한 언급은 없이 “평화의 시대”만 강조했다.

두 번째로 국민 우선 원칙의 부재이다.

해경은 A 씨는 지난 21일 0시 35분 당직근무를 서던 무궁화 10호 조타실을 이탈해 개인 노트북을 사용하여 간단한 서류작업을 했으며 그날 11시 30분께 점심을 먹지 않아 침실, 선박 전체, 인근 해상을 수색하였으나 발견하지 못해 12시 51분께 신고했다고 했다.

당국은 실종 당시 신발이 선상에 남겨진 점,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점, 국방부 첩보 등을 들어 ‘자진 월북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지만, A 씨의 동료들과 유가족은 보도된 바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월북 가능성을 일축했다.

A 씨가 표명했다는 ‘월북 진술’ 역시 A 씨가 실제로 말한 녹취를 확인한 것이 아니고 북한군의 상부 보고 등 첩보로 간접 확인한 정황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월북이라고 단정 지어 발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 통지문에 의하면 해당 수역 경비를 담당하던 북한군이 신고를 받고 강령반도 앞바다에서 A 씨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지만 A 씨는 “대한민국 OOO”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A 씨는 엎드려 뭔가를 몸에 뒤집어쓰려고 하는 등 도주를 시도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이는 A 씨가 월북 의사를 북한 측에 밝혔다고 설명한 군 당국의 설명과 배치된다. 북한은 그를 ‘불법 침입자’라고도 표현했다. 자국의 국민이 여러 정황이 엇갈리는 상황에 피살되었다면 이를 미리 월북자라 규정해 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세 번째로 국민감정에 어긋나는 여당의 환영 분위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북한이 보내온 통지문을 두고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른다”고 발언했다. 북한이 스스로 북한군이 놀라 엎드린 비무장 민간인에게 10여 발을 가격해 사살했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여당 대표로 할 말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5일 자국민을 살해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사과와 관련해 “매우 이례적 상황으로 판단한다”라면서 “이렇게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답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 참석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한이 이렇게 사과 유감 표명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어디에도 사망한 A 씨에 대한 안타까움은 보이지 않았다. 가족에게 애도 전화가 있었다는 보도도 없다.

네 번째로 북한의 통지문은 진정성이 없는 지극히 형식적이라는 점이다.

80m의 거리를 두고 북한군과 실종자 A 씨가 대화했다는 점은 상식에 반한다. 80m 해상에서 그것도 그 정도 시간에 물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사람이 말하기도 힘든 상태에서 어떻게 소리가 들리고 또 들리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북한은 10여 발의 총탄으로 사격한 뒤 접근해보니 이 씨가 없어졌다고 했는데,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이 씨 시신이 바다로 사라졌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그런데도 당국은 반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합당한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 깊은 표현들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으나 정부는 아무런 반박도 못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열린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다시 ‘평화’를 강조했다.

북한의 우리 공무원 총격 및 시신 훼손 도발 이후 열린 국군의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 도발, 만행, 규탄 같은 단어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평화라는 단어는 6번 사용됐다. 이게 평화의 시대요 종전을 호소하는 분위기인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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