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지난 5월 맨땅에서 공을 차던 시골 중학교 여자 축구부의 우승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감동적인 영화가 개봉됐다. 영화 제목은 '슈팅걸스' 였고 시골 학교는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삼례여중이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감동의 역전 드라마를 만든 삼례여중 축구부는 이제는 볼 수 없다. 지난 3월 영화가 개봉도 되기 전에 삼례여중 축구부가 해체되었다.

학교 숙소에서 선수들과 함께 먹고 자며, 코치도 없이 선수 지도에서 버스 운전까지 1인 다역을 맡았던 故 김수철 감독이 창단했던 축구부가 20년 만에 공중분해 된 것이다.

영화가 만들어지고 언론의 주목도 받았던 운동부가 해체되었다면 일반 학교 운동부의 존폐 상황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사료된다.

최근 몇 년 동안 해체되거나 학교 밖으로 쫓겨나는 운동부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에도 축구 스타 박지성을 배출한 축구 명문 화성 안용중이 해체를 결정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글로벌선진고 야구부, 한림성심대 농구부, 안산 원곡고 배구부 등이 해체를 결정하는 등 자고 일어나면 팀이 없어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중학교의 경우 근거리 진학이 원칙이다. 운동 선수를 하고 싶어도 집 근처에 운동부 중학교가 없으면 운동을 할 수 없다. 주소지를 이전해 해당 학교를 배정받은 편법인 위장전입을 하지 않고서는 운동을 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법이다.

부득이하게 위장전입을 해서 운동을 해도 교육청 감사관실의 철통같은 감시를 피할 수 없다. 교육청은 법 규정과 교육 당국의 지침을 위반했다고 위장 전입한 학생 선수들을 실제 거주지 학교로 강제 전학 조치하고 학교책임자에게 징계를 내린다.

학교 측에서는 운동부를 마치 애물단지 골칫덩어리로 생각하고 운동부 해체를 너무나도 손쉽게 결정한다. 체육 정책에 있어서 금지만 있을 뿐 대안은 없다 보니 학교장들의 ‘묻지마 해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클럽 중심의 학교체육 정책은 팀을 해체하기에 좋은 명분을 주고 있는 것이다.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작태가 체육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시행되고 있는 암울한 현실이다.

자칭 체육전문가라 하면서 체육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학원스포츠의 대안으로 스포츠클럽을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학원스포츠팀이 해체되면 그 팀이 고스란히 클럽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축구의 경우에는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스포츠클럽팀들의 현실은 참담하다. 운동장이 없어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으며 그마저도 제한적으로 개방되는 공공시설을 힘겹게 빌려 쓰거나 비싼 사설시설을 이용하면서 그에 대한 비용 부담으로 학부모들의 등골만 휘게 만들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다시 대중교통에 시달리면서 먼 거리에 있는 훈련장에 가야 하고 클럽팀 시합이나 연습경기 등으로 수업을 빠지게 될 경우 모두 결석 처리되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어 출석에 대한 부담이 없는 방송통신고로 전학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처 고등학교를 가지 못한 청소년들과 만학도를 위한 방송통신고에 스포츠클럽 운동선수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을 학원스포츠 개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적잖은 클럽 학생들이 방송통신고로 옮기면서 공부와는 아예 담을 쌓고 있는데 이것이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의 길이란 말인가?

학원스포츠팀 해체와 스포츠클럽으로의 전환 정책은 학교 밖 사설 업체의 클럽 운영 확산으로 이어졌지만 학부모들의 지원 부담은 더 늘었고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준비 없이 내놓은 기존의 학원스포츠 시스템을 급격하게 바꾸려는 움직임이 결국에는 학원스포츠를 송두리째 망가트리고 있는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체육시스템의 뿌리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장이다.

학교운동부를 적폐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증오와 혐오를 기저에 깔고 정책을 입안한 결과이며,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일방적인 정책이 낳은 결과다.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자칭 ‘체육개혁론자’들은 어설프게 선진국형 모델이라고 스포츠클럽을 들고 나왔다. 입시 지옥이며 고된 학업에 시달리면서 공부 기계를 양산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방안이다.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변화와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희생자들은 결국 우리 아이들이다. 학생선수들은 실험용 대상이 아니다. 공부도, 운동도 못하는 불쌍한 희생양들을 더 이상 만들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인 학생선수들이 그들의 꿈을 충분히 펼칠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부와 운동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대안 없는 제도는 오히려 학생선수들의 자율성과 인권을 침해하는 폐해를 낳고 있는 것이다.

운동선수의 인권을 말하면서 운동선수의 꿈을 가로막는 정책을 입안한 위정자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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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캠프(주) 대표
◇KS리서치 연구소장
◇前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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