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지난 7월 29일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현재 주어진 자원과 자신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 서울의 몰락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라는 뜻을 밝히며 사퇴했다.

당시 성적은 13경기 3승1무 9패로 K리그1 12개 팀 중 11위였으며, 더욱 충격적인 것은 경기당 1골도 넣지 못하면서 실점은 13경기에 무려 29골을 내주며 최다실점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공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최악의 상황이었다.

어떤 명장이 와도 성적을 내기 쉽지 않은 팀이 됐으며, FC서울이 2부리그로 강등돼 서울이랜드와 ‘서울 더비’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선장을 잃고 좌초 중인 'FC서울호’에 구세주가 나타나 대반전이 이뤄졌다. 구세주는 바로 개명 전에 ‘김용갑’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김호영 감독 대행이다. 

FC서울은 김호영 감독 대행 체제 이후 4승 2무 1패의 호성적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강등권이었던 순위는 어느새 6위까지 뛰어오르며 상위 스플릿 진출까지 노리게 되었다.

시즌 중에 강등권인 하위 팀의 새로운 감독을 맡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어려운 팀 사정으로 인해 좋지 않은 환경에 놓인 선수단을 장악하는 능력과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모두가 어렵다는 팀을 맡아 자신만의 능력을 통해 기적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그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감독을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김호영 감독 대행은 지난 강원FC 감독을 맡았을 때 그 능력을 어느 정도 보여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또한, 감독 교체의 효과를 가장 빠른 시간에 낼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수들을 이끌고 최대한 선수들과 같은 눈높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감독으로서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생겨나는 것이고,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선수 장악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뚜렷한 팀 컬러를 구축하고 팀을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은 김 감독 대행이 준비된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선수 은퇴 이후 브라질, 영국, 스페인 등 여러 차례의 유학을 통해 선진축구를 배우고 익혔으며, 그 식견과 경험을 한국 및 아시아 축구와 접목시켜 ‘용갑 매직’ 이라는 용병술을 만들어 냈다.  

강원FC 감독 사퇴 이후에도 다시 프로팀 감독이 되면 어떤 감독이 되겠노라는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축구 철학에 입각해 구체적으로 팀을 어떻게 조직하고 운영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이미 준비돼 있어 단 기간 내에 자기 스타일의 팀을 만들어 기존 팀과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팀 컬러와 차원 높은 경기력으로 승리하는 팀으로의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각 구단과 선수에 대한 정보, 선수를 보는 안목과 주전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경기에 뛸 수 없었던 선수들과 비주전급으로 완전히 분류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통해 적절한 경쟁과 조화를 이루며 내부 스쿼드를 단단히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지난 있었던 수원과의 슈퍼매치는 철저히 준비된 계획이 완성된 경기였다. 김호영 감독 대행이 치룬 초기의 경기가 전임 감독 체제에서 빛을 발하지 못해 경기 출전기회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던 선수들을 주로 기용해 악착같은 근성을 살렸다면 이날 경기에서는 박주영, 기성용, 오스마르 등 베테랑들을 투입해 노련하게 경기 조율을 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신구조화를 이뤄낸 것이다.  

K리그도 이제 스타 출신 감독보다는 공부하고 준비하는 지도자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스타라는 이름값에 안주해 공부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없는 것이 냉정한 프로의 세계다.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진짜 축구 명장이 되려면 급변하는 세계축구의 최신 조류를 흡수하면서 경쟁력 있는 전술을 만들어야만 한다. 익숙한 한 가지 전술만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팀의 특성에 대응하는 맞춤 전술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는 한편 상대의 단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전술로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 데이터를 근거로 한 치의 오차 없는 전략과 분석으로 승부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축구 명장의 조건이며 FC서울 김호영 감독 대행에게서 그 희망이 보인다.  

◇스포츠캠프(주) 대표
◇KS리서치 연구소장
◇前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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