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지난 토요일 충북 제천에서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이례적으로 공중파인 KBS 2TV가 생중계를 한 국내프로배구 컵대회 여자부 결승전이었다.

‘100년에 한 번 나올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김연경이 11년 만에 국내 복귀와 함께 최고의 흥행카드가 되어 배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이날 관전 포인트는 과연 ‘배구여제’ 김연경이 이끄는 흥국생명이 이번 결승전에서 역대 최초의 무실세트 퍼펙트(Perfect) 우승으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다.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신조어가 나타나는 등 흥국생명의 우승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고, 과연 상대팀인 GS칼텍스가 한 세트라도 따낼 수 있을지가 오히려 관심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배구여제’ 김연경, ‘쌍둥이 국가대표 스타’ 이재영, 이다영,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특급 용명’ 루시아까지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흥국생명은 조별리그 1~2차전에 이어 준결승전까지 모든 경기를 3대0 무실점 세트 승리해 독주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구는 6명이 펼치는 단체경기란 점을 감안하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었다.

그물과 같은 촘촘한 수비망을 구축한 GS칼텍스는 선수 전원의 위력적이고 날카로운 서브, 외국인 용병 러츠를 앞세운 높은 블로킹 벽, 세터의 적절한 토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욕 등 ‘절대 1강’ 흥국생명 공략법을 충분히 준비했고, 결국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믿기지 않는 결과에 모든 배구 팬들이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축구나 야구 같은 경기에서는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는 이변이 가끔씩 일어나지만 강팀과 약팀의 구분이 명확한 배구 경기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흥국생명의 패배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승부의 불확실성이 스포츠의 재미를 더한다고 하지만 GS칼텍스의 승리는 모든 구기종목의 정설인 ‘공은 둥글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공은 둥글고, 승패는 끝나야 알 수 있는 법이라는 것이다.

단단히 정신 무장하고 악착같이 물고 늘어진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늘 강팀만 이기면 재미없다. 모든 이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이변 또한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묘미다. 

컵대회에서 역대급 이변이 일어나면서 10월 개막하는 V-리그는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1강의 독주 체제가 무너지고 안갯속 순위 경쟁 속에 팬들의 눈을 뗄 수 없는 이변과 돌풍이 계속된다면 김연경의 복귀와 함께 V-리그에 시원한 흥행바람이 불어올 것이며 한국여자배구에 대한 기대는 더욱 고조될 것이다.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배구협회와 각 구단은 모처럼 맞은 이런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비록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무관중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는 냉엄한 현실이지만 여자배구 부흥을 위한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성적은 현장의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맡기고 ‘비대면 시대’에 맞는 마케팅에 대한 공을 더욱 더 들여야 할 것이다. 

한국배구의 르네상스를 열어야 한다. ‘배구여제’ 김연경 효과를 톡톡히 누려야 한다. 한국 V-리그는 세계 최고의 여자선수가 뛰는 리그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다음달 열리는 V-리그를 가슴 설레게 기대해 본다.

◇스포츠캠프(주) 대표
◇KS리서치 연구소장
◇前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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