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한국의 불평등은 이 시대의 가장 큰 화두이다. 소위 공정성의 문제가 이렇게 사회의 화두로 오르내린 적이 언제 또 있었는가? 내로남불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상징하는 어휘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공정성은 소득의 공정성이다. 우리는 과연 노력한 만큼 수입을 올리고 있는가? 아니 노력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가?

2018년 현재 한국의 상위 10%는 전체소득의 48.86%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 10%가 가져가는 소득 비중이 40%를 넘는 건 2006년 41.8%를 기록하면서부터다. 2007년은 42.4%, 2009년 44.38%, 2010년 43.0%였다.

보도에 의하면 박근혜 정권 말기인 2016년의 47.76%,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 48.79%, 2018년에 48.86%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 불평등은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다. 20세기 중반 인류는 불평등을 줄이는 ‘예외적인’ 시기를 구가했지만, 신자유주의의 바람으로 불평등이 다시금 급격히 확산했다.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한 국가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orld Inequality Database)의 2020년 5월 31일 현재 세계 주요 국가의 상위 10%는 전체소득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이 43.3%, 일본 41.6%, 중국 41.4%, 미국 46.8%, 러시아 45.5%, 영국 35.5%, 프랑스 33.3%, 독일 36.8%, 스페인 34.9%였다.

2018년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서울의 경우 상위 10%의 종합소득 평균은 2억 2600만 9397원으로 하위 10%의 평균 116만 4957원의 194배에 달했다. 정의당이 2018년 기업 공시자료를 활용해 매출 순위 50개 기업의 경영진 임금을 최저임금과 비교한 결과를 보면 CJ제일제당 대표이사의 임금은 최저임금의 469배, 삼성전자 모 회장은 최저임금의 372배, CJ제일제당 모 회장은 최저임금의 344배였다.

한국 상위 10%의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은 각각 93.9%와 90.8%를 차지한다. 반면 2019년 10월 4일의 실업률은 4.2%에 달한다. 대략 1,100만 명의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하고도 절반의 월급을 받는 비정규직이며 상당수가 정리해고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과 물가에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악화했다.

빈부격차를 이야기할 때 종종 플라톤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플라톤의 마지막 저작 <법률>에서 아테네인은 “빈부의 차이가 분쟁(stasis)이나 분열(diastasis)을 초래하기 때문에, 입법가는 마땅히 빈부의 한계를 공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은 불평등한 계층사회를 이상 국가로 설정했다. 그는 능력과 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 불평등해야 하지만,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의 격차가 4배 이상 벌어지면 공동체의 갈등이 심화하고 내란이 일어난다면서 4배가 넘은 재산은 국가나 신전에 헌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수백 배의 불평등을 겪고 있다.

불평등은 소비구조와 소득구조를 왜곡시켜 경제와 정치를 파탄시키고 국가의 성장을 저해한다. 빈부격차로 인한 갈등과 대립을 낳고 개인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해치고 사회불안을 증대한다.

리처드 윌킨슨은 불평등이 심할수록 사람들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 대신 경쟁과 힘으로 해결하는 전략을 선호하게 된다고 하여 협력전략보다 지배전략을 선택하는 등 사회구조가 병들고 국민의 삶이 고통스러워진다고 했다.

그는 소득 불평등이 높을수록, 기득권은 자신과 자식들의 자본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리창’을 강화하기 위하여 모든 권력과 자본, 정보를 동원해 제도와 법을 바꾸고 편법을 구사하여 적대감, 인종적 편견이 심하고 여성의 지위도 낮아진다고도 했다. 빈부격차의 심화는 개인과 국가를 망치는 절대 악이다.

그런데 소위 적폐세력 운운하며 개혁을 부르짖어 왔던 민주화 정권에서 이렇게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 생각한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여러 개혁에의 실패를 들 수 있다. 부동산 정책, 정규직화 정책, 검찰 개혁, 의료개혁, 교육개혁 등 현 정부가 시도하였던 거의 모든 개혁이 성과는 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

사람이 먼저라며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나 대부분 정책에서 사람은 고려되지 못했다. 코로나 확산국면이 오로지 극우세력의 탓인 양 몰아가 코로나 병균은 여야를 가려 감염시키냐는 말이 나오고 국가비상사태의 원흉이 된 사람들은 검사받는 것에 극도의 부담을 갖게 됐다.

의료진 부족을 메우기 위해 공공 의대를 설립한다면서, 당국은 아니라고 하지만 신입생을 추천제로 한다고 하더니, 여당의원은 북한에 의료진 파견에 관한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교육개혁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겠고, 부동산도, 정규직화도, 검찰 내부 갈등에도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빈부격차 해소에 대한 전망의 부재이다. 정의당은 올해 1월에 국회의원과 공공기관장, 민간기업 최고경영자의 임금을 최저임금에 연동해 제한하는 '최고임금제' 도입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민주노총도 회장, CEO 등에 대한 임금을 최저임금 대비 최대 30배로 제한하는 최고임금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미 유럽 선진국에서는 기업 내 최고연봉을 최저임금과 연계하는 이른바 '살찐고양이법'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공기업의 경우 연봉 최고액이 최저연봉의 20배를 넘지 못하도록 했고 스위스는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했다. 독일도 11개의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보수 상한을 결정했다. 루스벨트의 뉴딜정책도 대압착 정책(Great compression)을 통해 당시 빈부격차 해소에 대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19 대응을 위해 앞으로 5년간 총 76조 원이라는 국민의 엄청난 세금을 투입해 5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비대면, 녹색, 고용의 3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이 ‘한국형 뉴딜’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도 빈부격차 해소에 대한 구상과 사회적 합의 등 관련 프로그램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소득 상위 20% 가구원 1인의 소득을 하위 20% 가구원 1인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로, 2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낼 정도로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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