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상실적 위주 대학진학...."이제는 바꿔야한다"

[뉴스워치=칼럼]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고교축구대회에서 고의 패배가 의심되는 경기가 나왔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두팀은 토너먼트를 앞두고 지난해 우승팀과의 대결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기를 패하려 했던 것이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일이지만 과연 이번 사태가 왜 일어나는 지에 대한 분석이 먼저일 것이며, 체육계는 이번 사건을 학원스포츠의 근본부터 바로잡는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학원스포츠에서 대학진학을 위한 경기성적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절대선이다. 이를 위해 치러지는 전국대회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하고 있다.

현행 교육부의 규정상 고교축구 전국대회는 방학 중에만 열릴 수 있어 학생선수들은 연일 30℃를 웃도는 폭염과 폭우 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적인 열정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교육평가원은 지난 2004년 전국대회 4강 진출팀에게만 주었던 대학특기자격을 없애고 대학자율에 맡겼다.

그러나 전국대회 8강 이내 성적을 원하는 대학들의 전형방법으로 인해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전에는 고교상비군 제도가 있어서 우수한 선수를 구제할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것도 폐지돼 입상 실적이 없으면 대학진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8강 진입이 지상과제가 되면서 기본기는 무시한 채 `이기기 위한 방법' 만 가르치게 됐고, 그 결과 장기적으로 경기력이 퇴보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전국대회가 기량향상이나 축구발전을 위한 대회라기보다는 대학을 가기위한 방편으로 변질됐으며, 기량연마보다는 단기적인 승부에 필요한 훈련만 함으로써 경기력 향상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량이 좋은 선수가 입상 실적이 없어 축구계를 떠나고 입상 실적만으로 선발된 선수는 기량이 없어 도태되는 상황이 속출되고 있어 향후 몇 년 내에 한국축구의 진짜 위기가 찾아 올 것이다. 현재의 입시제도로 인해 꿈을 안고 달려온 선수들이 운동장 밖으로 내몰리게 해서는 안 된다.

또한 현재 고교축구 지도자 대다수가 신분이 불안한 1년짜리 계약직이기 때문에 더욱더 성적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

신분 불안으로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팀 운영보다는 당장의 성적에 급급한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계약직 지도자들에게는 소속팀의 성적이 재계약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기하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는 인원이 그 지도자의 능력으로 인정받기 때문인 것이다. 지도자에 대한 신분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행 체육특기자 제도는 실기보다는 입상실적 등 서류를 중시한다.  

‘8강 이내’ 라는 팀의 입상실적 커트라인 제도를 폐지하고 축구실기테스트 중심의 실기시험 비중을 높이고 학생부 반영비율을 높임으로써 학생 선수들에게 학습동기를 반영하고 공부와 운동이 병행이 가능하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

물론 실기시험에 대한 불신이 있다. 합격과 불합격 공개만으로는 실기시험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없다. 체육특기자 선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실기시험의 전 과정을 유튜브 생중계 및 녹화하고 학부모의 참관을 허용하며 공개채점을 실시한다면 불신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김정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현재 스포츠과학기술의 발달로 개인의 객관적 점수산정 시스템이 개발돼 있다. 영상 및 데이터분석을 통해 기존의 공격포인트 외에도 볼 터치 횟수, 패스성공률 등 선수별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개인기록 위주의 검증방식이 축구에서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개인실력 중심으로 선발하자. 개인기량이 우수하거나 잠재력이 큰 선수들과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인 성적만을 위해 훈련된 운동기계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로 변화시키는 것이 입상실적 위주의 진학제도를 바꿔야하는 이유다.  

◇스포츠캠프(주) 대표
◇KS리서치 연구소장
◇前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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