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지주회사 CVC 보유 금지,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
해외 글로벌 지주회사, 다양한 형태로 CVC 보유·운영
“한국도 CVC 설립형태 펀드조성, 기업 자율에 맡겨야”

벤처투자 (CG). /사진=연합뉴스
벤처투자 (CG). /사진=연합뉴스

국내 일반지주회사의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를 허용하고 설립과 운용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의 경우 엄격한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SK, LG와 같은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벤처투자에서 CVC 역할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일반지주회사의 CVC에 대한 규제가 없어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CVC를 설립, 운용하고 있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은 회사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투자전문회사다. CVC는 산업분류상 금융업으로 분류돼 일반지주회사는 보유할 수 없다.

20일 한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세계 벤처시장에서 CVC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벤처캐피탈 투자에서 CVC가 참여한 비중(투자건수 기준)은 지난 2014년 19%에서 2019년 25%로 6%p 상승했다. 매년 새롭게 설립되는 CVC도 2019년 259개로 2014년 96개 대비 170% 증가했다"고 밝혔다.

CVC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를 통해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은 대기업에게 경영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 등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대기업은 벤처기업과의 협업으로 혁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벤처스는 현재 4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벤처기업 25개를 주식시장에 공개(IPO)했으며 약 125개사의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 구글도 일부 벤처기업을 인수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설립방식과 펀드 조성에 규제가 없어 각 기업은 상황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CVC와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구글벤처스(GV)의 경우 지주회사인 알파벳(Alphabet Inc.)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45억 달러 규모의 펀드에도 알파벳이 단독으로 출자하고 있다.

‘베르텔스만 아시아 인베스트먼트’는 독일 베르텔스만 그룹이 아시아 지역의 벤처투자를 위해 설립한 CVC다. 베르텔스만 유럽주식합자회사(지주회사) 산하 벤처투자 부문을 담당하는 베르텔스만 인베스트먼트(자회사)가 이 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CVC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것이다. 2008년 CVC 설립 당시 베르텔스만 그룹에서 펀드에 전액을 투자했다.

중국 ‘레전드캐피탈’은 레전드홀딩스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다. 예를 들어 이 회사가 2011년도에 결성한 ‘RMB Fund Ⅱ(펀드)’에는 지주회사인 레전드홀딩스와 함께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국민연금에 해당), 시안 샨구파워(에너지 회사) 등 외부자금이 출자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지주회사)의 ‘미쓰비시UFJ캐피탈’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일 뿐 아니라 최소 12개사가 이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회사가 밝힌 주요 주주 중 미쓰비시그룹 계열사가 11곳(미쓰비시UFJ은행 등)이며 나머지 1곳은 그룹 외부의 출자자(SMBC닛코증권)이다.

이 회사가 운용하고 있는 ‘토호쿠 6차산업화 지원 펀드’에는 계열사인 미쓰비시UFJ은행 외에도 농림어업 성장산업화 지원기구, 토호쿠 지방 4개 은행 등 외부자금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미쓰비시UFJ캐피탈이 조성한 12개의 펀드 중 4개 펀드에 외부자금이 투입돼 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CVC와 펀드에 정형화된 구조는 없으며 기업이 각자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구조를 선택하고 있다”며 “CVC를 통한 기업 투자 유도와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외국과 같이 CVC 설립과 운용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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