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최근 자신의 정책이나 소속 인사들의 행위에 일절 비판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 여당에서 모처럼의 쓴소리가 나왔다.

지난 8월 30일, 금융인 출신인 주진형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요즘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뉴스가 넘쳐난다”며 “여당에서 행정수도 이전 얘기가 갑자기 튀어나온 시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나온 것으로 의심할 만하다”고 한 것이다.

주 최고위원은 “서울을 떠나 세종시로, 전국 각지로 떠난 중앙정부기구와 공공기관이 이미 수도 없이 많지만, 서울의 부동산값은 최근 3년 사이에 폭등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사람들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연막작전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여당발 부동산 정책은 시행될 때마다 여당을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 모든 것이 전 정권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와 국민들이 실소를 짓게 했다.

이에 대해서도 주 최고위원은 “나는 MBC ‘스트레이트’ 가 왜 2014년 말 부동산 3법 개정을 들고나와서 마치 이게 요즘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범인 것처럼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벌써 6년 전 얘기다. 주호영 씨 등의 보유 부동산 가치가 급등했다면서 이들을 비난하는데 2015년부터 지금까지 해당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자산 가격상승액 중 대부분은 현 정부 들어서 올라간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나는 도대체 이해가 안 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라고도 했다.

이번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에 대해서도 여당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비판의 목소리 일색이다.

특히 전세제도에 대한 논쟁이 치열한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도에 불만을 가진 집주인들이 전세를 거둬들이거나 실거주를 주장할 경우, 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가 소멸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4년마다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때 전셋값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8월 1일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전세제도가 소멸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이분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전세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전세제도는 소득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을 지닌 제도로 미국 등 선진국도 그렇다는 것이다.

전날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을 반대했던 주 최고위원도 3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어제 국회를 통과했고 오늘 아침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효력이 발생했다"며 이 개혁에 찬성한다고 했다.

여기서 필자는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하나는 전세제도가 과연 한국의 주택시장을 후진적으로 만드는 제도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세제도의 기원은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당시 부산, 인천, 원산 등 3개 항구 개항과 일본인 거류지 조성, 농촌인구의 이동 등으로 서울의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때 주택임대차 관계가 형성되었고 이후 6·25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의 주택난이 심화하였고 이 과정에서 전세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게 됐다.

전세제도가 있는 국가는 한국과 볼리비아뿐이라 한다. 전세제도는 주택금융시장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주택이 양적으로 부족했으며, 특히 도시지역의 주택 부족이 심각했고, 주택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였지만, 전세를 대체할 공공주택 재고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975년 전체 가구의 17.3%에 불과하던 전세가구 비중이 1995년에는 29.7%로 증가하였다가 2010년 21.7%로 감소했다.

이번 임대차 3법 이전의 전세제도는 한국의 그때그때 사정과 연동해 발전하고 쇠퇴했다. 전세제도는 비록 취약한 금융구조와 부족한 주택의 산물이지만 한국 주택시장의 상황에 따라 변화 발전한 제도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전세제도가 서민에게 해로운 제도인가에 대해서다. 이런 사람들은 전세제도가 부동산 투기와 주택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기 때문에 집값이 인구와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오르게 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집주인에게 유리하고 세입자에게는 불리한 제도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현재의 한국 주택가격, 즉 수십 년간 전세제도를 지속해온 결과 한국의 주택가격이 다른 비슷한 선진국보다 더 높아졌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한국의 주택가격은 이례적으로 안정된 케이스에 속한다. 물가 조정 주택가격이 1.5배도 안 오른 OECD 국가가 한국, 독일, 일본 세 나라인데 일본이 버블로 인한 잃어버린 10년 때문에 고생했다. 사실상 공산 국가를 제외하고 독일과 한국만이 집값 잡기에 성공한 셈이다.

게다가 반대로 한국이 여타 선진국 대도시보다 월세가 저렴한 게 전세라는 특이한 제도가 있어서라는 분석도 있다.

마지막으로 전세제도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만의 생각인가 하는 점이다. 선진국이 모두 월세니까 우리나라가 월세로 바뀌면 주거문화가 선진화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커다란 착각이다.

전세가 월세로 대체된다는 것은  치솟는 주거비로 집 없는 사람들이 더 고통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전세는 자금을 모아서 나중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지만 월세 제도는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전세에서 월세로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 세입자의 주거비부담이 많아진다는 것, 제3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기관에서의 대출이 증가한다는 것, 세입자의 부가 집주인으로 옮겨진다는 얘기이며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아예 포기하게 된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전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택임대차 유형으로써 무주택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임차주택에 거주하고, 목돈을 만들어 내 집 마련을 쉽게 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특히 무주택 사회초년생들은 필수 코스였다. 세입자의 나이, 연봉(저연봉 버팀목 전세대출, 청년전세대출 등)이나 상황(신혼부부 전세대출 등)에 따라 정책적으로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도 시행되고 있어 월세로 살 때 보다 일반적으로 내 집 마련 목돈 만들기에 훨씬 유리하다.

그런데 여야 간 공방의 내용을 보면 전세제도는 소멸되거나 매우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뜬금없이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이번 법 개정에서 2+2로 임대계약 기간이 연장된 것만 해도 마음이 놓인다고 평가하는 무주택 서민들이 많으실 겁니다”라고 말한다.

서민들이 과연 그럴까? 시장에서 전세를 구하기 어렵게 되도 그럴까? 4년 후에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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