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도 평창에 소재한 한국자생식물원이라는 곳에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아베 총리의 동상이 제작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조형물의 제목은 ‘영원한 속죄’(A heartfelt apology·永遠の贖罪)’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지지통신과 교도통신 등 일본의 대표적 양대 통신 등 언론사들이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이 조형물에 대한 큰 관심과 함께 “강제 징용문제 등 한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조형물이) 공개된다면 양 국간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며 한국민들의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다.

보도와 관련 28일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 논평하고 “그런 것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즉각적이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과연 일본은 무엇 때문에 한국의 ‘민간인 소유지’에 ‘민간 창작가’에 의해 설치된 이 ‘영원한 속죄’라는 조형물에 정부 차원의 공식 논평과 ‘한일 관계 결정적 영향’이나 ‘국제 의례’ 등을 거론하며 지레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인가 궁금할 뿐이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부터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고 코로나를 빌미로 우리에게 경제, 관광교류 등 제 분야에 대한 압박조치를 풀지도 않고 있는 상태이다.

더구나 일 정부는 최근엔 우리 대법 판결에 따른 한국 내 일본 징용기업들의 압류자산의 현금화를 막기 위해 한국에 대한 ‘추가적인 보복 규제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등 여전히 자신들의 ‘죄값’을 피하려 안간힘을 다 쓰고 있기도 하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반발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권 시절 잘못된 ‘한일 강제위안부 합의’ 이행을 강요하며 일제 만행의 어두운 과거로부터 탈피하고 우리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속셈이 이젠 ‘민간인에 의한 조형물’에까지 시비를 걸고 나선 것이 큰 배경이라 할 것이다.

물론 ‘아베 사죄 조형물’이 조용히 설치만 되었다면, 日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조형물을 사비로 조성한 한국자생식물원 김창렬 원장은 “국내·외에 있는 소녀상들을 비난하고 조롱하거나, 훼손하는 실태를 보면서 단순히 입장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속죄 대상을 확실하게 형상할 필요가 있어 소녀상의 대상을 아베로 상징해 조성했다”고 조형물 설치 취지를 밝혔다고 한다.

일제의 어두운 과거사를 현 일본 수상의 사죄로 연결하여 책임을 묻고있는 취지에 일본이 반발하는 건 당연 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뿐만아니라, 우리 정부의 어설프고 때 이른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우리 외교부 대변인은 마치 일본 정부의 반발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국제사회에 국제 예양(international comity)이라는 게 있다"며 "어느 나라건 외국 지도급 인사에 대해 그런 국제 예양을 고려하는 것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며 비판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한 개인이 ‘역사의식’과 ‘창의적 발상’에 따라 조성한 조형물에까지 ‘정치 외교적 잣대’를 들이대며 통제하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의 한일 관계를 놓고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이다. 이런때는 ‘때린 놈보다 말리는 놈이 더 밉다’는 말이 제격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정부의 비판적 반응이 창작가나 소유주에게 어떠한 형태로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는 8월에 조형물 제막식을 개최키로 한 것이 중단됐고 김창렬 식물원 원장은 일본 언론에 "아베 총리를 특정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사죄하는 입장에 있는 모든 남성을 상징한 것"이라며 "소녀의 아버지일 가능성도 있다" 는 발언이 보도되는 등 ‘취지와 배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웃 국가나 주변 국가들과의 분쟁이나 충돌 시 상대국의 국기 화형식이든 대통령 초상화 화형식이든 자신들의 감정적 표현을 하곤 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더구나 한 일간에는 일본이 역사 왜곡을 할 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아베 화형식’을 하기도 했다. 일본 아베 정권은 역대 그 어떤 정권보다도 지금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지우고 잘못된 역사 왜곡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최악의 한일 관계를 스스로 자초해 오고 있는 때이다.

일본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혐한, 반한 시위’에는 한마디 언급도 못하면서 소녀상만 나오면 거품을 물고 나서는 일본이 우리의 ‘민간인에 의한 창작물’에까지 시비를 걸고 나선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다.

그 의도는 삼척동자도 아는 ‘역사의 죄값’을 치르지 않고 어두운 역사를 정당화하려는 것 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의 한적한 식물원에서까지조차 우리 국민들이 잊지 않고자 하는 ‘정의로운 기억의 창작물’에 대한 더 이상의 시비는 중단하고, 조형물에 명명된 것처럼 ‘영원한 속죄(A heartfelt apology·永遠の贖罪)’의 자세를 가지길 충언한다.

◇박동규 前 청와대 행정관
◇독립기념관  前 사무처장
◇ 現 한반도 미래전략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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