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통계청장을 갈아치운다. 새로 임명된 통계청장은 느닷없이 소득통계의 표본수, 응답기간, 조사기법 등을 변경해 과거 소득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 정부에서는 잘못된 정책이 소득격차를 심화하고 있는데, 정책을 고칠 생각은 않고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권력을 잡고 있는 쪽에서는 아무래도 정권 유지에 유리한 내용에 더 솔깃해진다. 청와대 인사들은 좋은 통계만 보려 하고 나쁜 통계는 애써 외면하거나 덮으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상위 20% 층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 올 1분기 5.41배를 기록해 1년 전의 5.18배보다 더 악화됐다. 하위 20% 계층은 근로소득이 3.3% 감소한 반면, 상위 20% 계층은 근로소득을 포함한 총소득이 6.3% 늘어나 양 계층 간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다. 

20~60% 층의 근로소득도 동반 감소했다. 중·하위 계층의 일자리가 대거 사라진 반면에 대기업 정규직을 비롯한 상위층 일자리는 별로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탓이라고 할 것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여당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은 올해 초 “소주성으로 일자리가 확대되고 소득분배가 개선된 성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한 지 며칠 만에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소득통계 작성 방식을 바꿔버린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새 87만명 늘어난 것으로 나오자 통계청장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질문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우긴다.

고용률은 상승하고 실업률은 하락하여 고용지표가 개선된 듯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임시방편으로 만든 단기 알바 일자리로 고용 상황이 좋아진 점을 자랑한다.

의도된 숫자로 자화자찬(自畵自讚)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통계청이 현 정부의 삶의 질 개선 정책에 맞춰 아전인수식 ‘맞춤 통계’를 내놨다는 비판을 쏟아낸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던 현 정부는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자 재정을 투입해 고령자 단기 알바 자리를 집중적으로 늘려왔다.

2018년 50만 개였던 고령자 단기 일자리는 지난해 60만 개, 올해는 73만 개로 증가했다. 고용의 질(質)은 무시한 채 취업자 수만 부풀리는 것은 일종의 ‘일자리 분식(粉飾)’이다. 

기업의 회계 분식은 중대 범죄다. 정부의 아전인수식 통계 분식은 국민을 속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책 효과를 왜곡해 국정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 그리스는 재정 적자 통계를 조작했다가 들통이 나 2011년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다. 

언제부턴가 정부 통계를 믿지 못하게 돼 버렸다. 아무리 조사 방법이나 표본에 따라 오차가 있다고 하지만, 발표되는 결과는 조사마다 들쭉날쭉하고 체감하는 여론과도 거리가 멀다.

조작된 통계수치와 여론은 불신을 받고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러기에 ‘통계의 함정’에 빠지거나 통계를 악용해 억지 주장을 펼쳐서는 안 된다. 어느 정치인의 논평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숫자를 만지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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