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죄를 범한 혐의로 수사기관의 수사대상이 돼 있는 자로서 아직 공소(公訴)가 제기되지 않은 자를 피의자라 하고 범죄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을 피해자라고 한다.

그간 피해자의 인권이 보호된다는 전제 아래 피의자의 인권 보호가 사회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피의자 인권 보호는 그간 수사상 문제로 인해 피의자의 인권이 무시돼 왔다는 우리 사회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피해자의 인권문제는 여전히 중요하다.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가 살아있는 국가에서의 피해자 인권 보호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에 한국은 '범죄피해자보호법'을 비롯해 헌법, 범죄피해자구조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등의 법률을 둬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고 있으며 법무부 인권국 구조지원과, 국가인권위원회, 검찰청 피해자 지원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의 범죄피해자 보호기관을 설치하고 있다.

범죄로부터의 1차 피해 방지와 수사·재판과정에서의 2차, 3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은 국가기관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인권 사안이다.

그런데 요즈음 일련의 사태를 보면 이 시대는 피의자의 인권은 보장되고 있으나 피해자의 인권은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 때가 있다.

성추행 혐의로 인한 심적 부담에 극단적인 행동을 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경우 피해자를 피해호소인 이라는 낯선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피의자를 고려했던 사실이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다크웹에서 ‘웰컴 투 비디오’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청소년 성(性) 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는 총 22만 건의 성 착취물을 유통해 수억 원의 이익을 얻었고 피해 아동 중에는 생후 6개월 된 신생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아동 음란물 배포 및 광고 등의 혐의로 손 씨를 기소하면서 한국 법무부에 인도를 요청했지만, 한국의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 강영수)는 "손 씨를 인도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이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을 예방하고 억제하는데 상당한 이익이 된다"며 범죄인 인도 불허 결정을 내렸다.

손 씨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아 지난 4월 형기를 마쳤고 석방됐다.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나머지 부분에서 얼마나 형을 받게 될지에 대해 국민은 절망하면서도 궁금해하고 있다.

물론 사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되는가 하면 송환 불허 결정을 내린 판사를 규탄하는 청원은 19일 이미 5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계란 한 판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가 받은 형이 1년 8개월"이라면서 "그런데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를 만들고, 끔찍한 범죄를 부추기고 주도한 손정우가 받은 형은 고작 1년 6개월이다"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했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도 모자라, 미국 송환을 거부하는 등 범죄인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이른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핵심인 ‘박사방’ 유료 회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사법부가 줄지어 기각한 것도 사법부를 향한 비난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17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신청한 통신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북부지법은 전날 "강제수사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경찰이 신청한 통신영장을 기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이 통신영장 기각은 "애당초 발부되기 어렵게 경찰이 통신영장을 신청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한다.

서울 성북경찰서가 신청한 통신영장에 대해 "범죄 수사를 위해 통신 자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변사자(박 전 시장) 사망 경위가 타살 및 범죄와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소명이 없다"며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이미 화장(火葬)을 하고 장례까지 치른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 수사를 통신영장 신청 이유로 제시하고, 수사기밀 유출 의혹 부분은 범죄사실에서 뺐다는 의미다.

따라서 타살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 그런 영장을 청구했으니 기각이 당연해 보인다는 것이다.

4년간 진행된 성추행 전모를 밝히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도 3개 중 하나만 확보한 상태라며 경찰이 '축소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서울경찰청은 '박원순 의혹' 수사팀을 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 전담 TF로 격상한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수사대상은 서울시 관계자의 피해자 방임·묵인 의혹과 2차 가해 행위로 국한돼 있고 수사기밀 유출 의혹 부분은 빠져 있다고 한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급기야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 착수와 적극적인 수사로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를 즉시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두 가지 사례는 피해자의 인권이 피의자의 인권에 비해 그다지 보호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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