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정부에서 집값 잡겠다고 칼을 빼든 지 오래건만 이제 사람들은 그런 칼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너무나도 무딘 칼이라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만난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은 현 정부의 주거안정 대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짚고 있었다. 

“공급을 늘려 가지 않으면 몇 년 내에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새 집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기존 아파트단지 재건축을 어렵게 해버리니 당장은 수요가 줄어든 듯하나 나중에는 집값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로또’에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한다. 분양단지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실수요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이번 정부 들어 22번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발 빠른 사람들은 귀신같이 허점을 찾아낸다. 세종을 잡으니 대전이 뜨고, 대구·부산을 잡으니 광주·울산으로 몰려갔다. 

국토부 장관이 앞장선 부동산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현 정부 핵심 책임자들도 지키지 못할 일을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금·금융·청약 규제로 부동산 시장의 숨통을 조여 왔다. 

정부가 세심한 배려 없이 대출 문턱을 무작정 높이면서 현금 부자나 전문직 고소득자만 오히려 집을 매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꼴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옥죄기식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당장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살아가던 실수요자들은 절망에 빠졌다. 잔금의 경우 분양아파트 담보로 대출이 가능하나, 계약금과 중도금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불가능하고 보유한 현금이 없다면 신용대출로 눈길을 돌려야 하는 처지다.

정부에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목표를 세우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대출을 막아버리니 피해를 서민들이 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집값이 잡히는 듯하나 지금은 오히려 집값이 다시 오르는 조짐을 보이는 걸 보면 대출을 옥죈다고 집값을 완전히 잡는 것은 아닌 듯하다.

앞서 소개한 주택담당 임원은 “치솟는 집값에 서민들은 대출 없이 아파트를 살 수 없다”면서 “수많은 대출규제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정부는 실수요자들과 무주택 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들만 집을 사거나 분양받을 수 있는 구조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집값을 잡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집 한 칸 마련하겠다는 일반 서민들의 소박한 기대만 허물어뜨리고 말았다. 정권 지지층까지 등을 돌렸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국민은 피곤하다. 집 있는 사람은 세금 부담에 한숨을 쉬고, 집 없는 사람은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져 서글프고, 전세살이 하는 국민은 급등하는 전세가에 밤잠을 설친다. 

임대사업자들은 정책 변덕으로 날벼락을 맞았다. 지금 국민은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믿지 않는다. 대책이 나오면 곧이어 집값과 전세가가 뛰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중간값이 9억원을 넘어섰다. 서민들이 자기 힘으로 서울에 집 한 칸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천문학적 수준으로 집값을 올려놓고는 대출까지 틀어 잠갔다. 현금 부자 아니면 집 살 생각조차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 

집값 상승이 공급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22번째 대책도 주택시장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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