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박희주 기자] 가수 조영남을 둘러싼 그림 대작 의혹에 대해 법원이 5년만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조영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는 두 가지다. 

대법원은 검찰 공소장에 누가 미술작품의 저작자라는 점이 표시되지 않은 점, 그리고 검찰이 조영남을 사기죄로만 기소하고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은 점을 들어 상고를 기각했다. 

특히 미술작품이 친작인지 혹은 보조자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작품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의무가 없기에 사기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었다.

조영남은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화가 송 모씨 등이 그린 그림에 가벼운 덧칠 정도만 한 작품 21점을 17명에게 팔고 1억 53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아왔다. 

이 혐의로 2015년 불구속 기소됐으며 조영남이 소속사 대표이자 매니저인 장 모씨와 함께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4월 초까지 3명에게 대작그림 5점을 팔아 2680여 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아왔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조영남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송씨 등이 조영남의 창작활동을 돕는데 그친 조수에 불과하다기보다는 독자적 작가라 판단했고 피해자들이 조영남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림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구매자들을 속인 행위로 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항소심은 화투를 소재로 한 조영남 작품이 조영남 고유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며 조수 작가는 기술 보조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더해 대법원은 조영남의 작품이 제3자의 보조를 받아 완성된 것인지 여부가 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보기 어렵다고 봤고, 미술계 관행상 조수 작가를 고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보기 어렵다는 조영남 측 입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미술작품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지 않은 한 가치 평가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법원 판단은 미술작품 거래에 있어 예술계의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고 있다는 취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법원 판결에 앞서 5월 28일 진행된 상고심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조영남은 송씨 등에게 기존 콜라주 작품을 그려오게 하고 추상적 아이디어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조영남은 이에 맞서 "남은 인생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참된 예술가로 살 수 있도록 해달라. 내 결백을 알아달라"고 호소한 바다.

대법원 판결에 조영남 변호인인 강애리 변호사는 연합뉴스를 통해 "현대미술에 있어서 창작 행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대중이나 미술계가 아닌 사법부에서 판단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게 저희 입장이었고 자칫하면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판결이 나올 뻔했다"면서 "법리적으로나 미술계 입장으로나 현명하게 (재판부가)잘 판단해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변호인 측에 따르면 조영남은 현대미술에 관한 책을 써왔으며 재판이 끝날 때까지 발간을 미뤄왔다. 이 책은 재판이 끝남에 따라 곧 발간될 것으로 여겨진다. 조영남은 여전히 하루에 몇시간씩 그림을 그리며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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