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수거를 돕는 사람들, 자원관리사가 등장했다. 세금이 투입되는 단기적인 공공부조의 성격을 띠지만, 이 사업으로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면서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서울 답십리역 7번 출구 근처 골목길로 1분 정도 들어가면 쾨쾨한 곰팡내가 나기 시작한다. 이곳은 낡은 다세대주택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용답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지역으로 인기척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거주민이 떠난 좁은 골목 곳곳을 ‘쓰레기 더미’가 차지하고 있다. 작은 폐기물뿐만 아니라 소파, 책상, 옷장 등 대형 가구가 뭉텅이로 쌓여 있다. 양심불량 주민이 쓰레기를 이곳에다 몰래 버린 것이다.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다 보니 행인까지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고 있다. 아무리 치워도 쓰레기양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이곳에 생활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한 때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나고 2018년 말 이주가 시작되면서다. 거주민은 이곳을 떠나면서 생활 쓰레기를 무단 투기했다. 여기다 최근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철거 기한은 미뤄졌고, 쌓이는 쓰레기양은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미관상 안 좋은 건 둘째 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악취가 심하다.

최근 대체투자 시장에서 가장 많이 회자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다. ‘쓰레기’ 혹은 ‘폐기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미간이 찌푸려질 법도 하지만 자본시장에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키워드로 인식된 지 오래다.

‘내가 처리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는 꼭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보니 시장 잠재력이 날이 갈수록 높게 평가받는 것이다. 코로나19발(發) 폐기물 급증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시화 가속에 따른 건설 폐기물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꼽힌다. 

쓰레기양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데 쓰레기나 산업 폐기물을 처리할 시설에 대한 증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쓰레기 처리에 돈이 점점 더 들어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쓰레기가 몹쓸 물건만은 아닌 듯하다. 쓰레기를 수집해 지역주민의 생활실태를 분석하는 학문도 등장했다. 

‘음식물의 잔해와 분뇨 이외엔 버릴 것이 없던 인류의 생활양식이 점차 변화하며 과도한 잉여물들을 양산하게 된 지 오래다. 쓰임새를 찾지 못하는 잉여, 즉 쓰레기를 통해 특정 지역과 시대, 개인의 소득수준, 소비형태, 생활습관, 시대상까지 파악하는 학문도 등장했다. 가볼러지(garbology), 즉 쓰레기학이다.’ (박선화 교수 칼럼 ‘쓰레기는 당신을 알고 있다’ 中)

‘정말 이런 학문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이어지는 칼럼 내용을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2019년 뉴욕타임스는 실리콘밸리 고액 연봉자들의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수거해 되파는 저소득층과 노숙인 수백 명으로 이뤄진 지하경제가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100억원이 넘는 저택의 쓰레기통을 매일 확인하는 게 일상인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단지 값비싼 물품만 수거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쓰레기가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돕는 사람들, 자원관리사가 등장했다.  정부에서 3차 추경안을 통해 만들 예정인 55만 개 일자리 가운데 분리수거 도우미 1만여 명을 배정했다. 단기적인 공공부조의 성격을 띠지만, 이 사업으로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면서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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