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지난해 60년 넘게 사용되던 ‘건설업자’라는 용어가 ‘건설사업자’로 바뀌었다. 국회 본회의에서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업자’를 ‘건설사업자’로 변경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1958년 건설업법 제정 때부터 건설업자 명칭이 쓰인 지 61년 만의 변화였다. 

그간 '건설업자'라는 법률 용어가 건설산업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들려 건설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건설업은 용어순화가 절실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건설현장에는 국적불명의 낯선 용어가 난무한다. 업무란 말보다 ‘노가다’, 끝보다 ‘시마이’란 단어가 실생활에도 쓰일 정도로 고착화돼 있다. 

이 외에도 할당량을 뜻하는 ‘야리끼리’, 지렛대란 뜻인 ‘빠루’, 운반이란 뜻의 ‘곰방’이 쓰이고, 가다와꾸(거푸집), 아시바(비계), 쓰미(벽돌공), 나라시(고르기), 기레쓰(균열), 가베(벽), 가꾸목(각목)이 작업용어로 흔하게 쓰이고 있다. 일본식 용어가 어림잡아 300개 이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때 서양식 건축이 국내에 도입됐는데, 그때 일본 건설업계가 쓰던 용어가 토착화됐다. 100년 넘게 쓰이다 보니 뿌리 뽑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국립국어원이 2000년대 초반부터 사례집과 순화어 수첩을 나눠주며 용어순화에 나섰지만, 건설업 자체가 도제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아직도 일본식 용어가 많이 쓰이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A과장: “김 기사, 계단 오도리바랑 샤끼리 청소 좀 하고, 사시낑 제대로 뽑으라 그래.”

신입사원: “잘 못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해주세요.”

A과장: “오도리바 옆에 사시낑 제대로 뽑고, 샤끼리 삿뽀도 하고, 면끼 손 좀 보라고!”

신입사원: “(이 무슨 소리지), 과장님 어디 계세요?”

이 정체불명의 ‘외계어’는 무슨 뜻일까? ‘계단참과 경사진 부분 사이의 이음 철근 시공을 손보고, 경사 부분 아래쪽 동바리 받침을 제대로 하고, 측면에 못을 더 박으라’는 뜻이다. 

A과장은 그동안 작업하면서 써오던 말을 ‘편하다’는 이유로 신입사원에게 별 생각 없이 사용했을 듯하다. 물론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대화겠지만, 건설현장의 언어생활 풍경을 엿보게 하는 예화라 할 수 있다. 

한때 한자나 외래어를 많이 섞어 사용하면 유식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언어사용에 무지했던 것이다. 말글 밭에 잡풀 언어가 무성하면 우리 말글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말글의 순화는 사람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기에 우리의 말글을 다듬고 가꾸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될 것이다. 

재작년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공판의 부장판사가 쉬운 법률 용어를 사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심 선고공판을 맡은 김세윤 부장판사는 100분 넘게 판결요약본을 읽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쉽게 풀이해 설명했다. 이런 친절한 모습은 전에 보지 못했던 것으로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10~30대가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선고문이 쉬워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는 글이 많았다. 이에 더 나아가 법률 용어를 간단히 설명하는 글이 상당 기간 인기를 끌기도 했다. 

법률 용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법조계에선 ‘알기 쉬운 민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어려운 법률 용어를 순화하기도 했다. 

일본식 건설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해 쓰자는 움직임은 현대건설을 비롯한 몇몇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있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도 우리말보다 들어온 말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전문화, 표준화돼 가는 건설현장에서 우리말 용어를 사용하는 게 필수가 돼야 하지 않을까.

‘건설업자’를 ‘건설사업자’로 바꾸기 위해 흘렸을 건설업계의 땀방울을 다시 한 번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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