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重·대우조선해양·삼성重, 카타르 국영석유사와 계약 체결
- 카타르 LNG 운반선, 74척→190척 확대
- 카타르 프로젝트, 중국보다 6배 이상 수주
- 한숨돌린 조선업계, 2004년 수주 뛰어넘을까?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카타르 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전쟁에서 국내조선3사가 중국을 제치고 승기를 잡았다.

초반에는 중국이 먼저 16척 LNG(액화천연가스)선을 계약했으나, 카타르는 막판 수주전에서 한국에 100척 이상 물량을 내줬다. 이번 수주를 시작으로 중동발 수주가 잇따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석유사 QP(카타르 페트롤리엄)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의 LNG선 슬롯 계약을 체결했다.

건조계약은 하반기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2027년까지 LNG선 건조슬롯을 확보한해야 한다. 각사 별 계약 규모는 비밀 유지 조건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 

다만, 3사가 유사한 수준으로 수주했다는 것이 조선업계 중론이다.

슬롯 예약은 정식 발주 전에 건조공간을 확보하는 절차다. 카타르 정부가 우선 선사와 용선계약을 맺은 이후 선사가 조선사에 발주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한편 카타르 정부당국이 추진한 이번 계약은 카타르 노스필드 가스전 확장과 북미의 LNG 프로젝트 등에 필요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추진됐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왼쪽)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카타르 LNG운반선 슬롯예약계약 MOA 서명식’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카타르는 LNG 연간 생산량을 기존 7700만톤(t)에서 2027년까지 1억2600만t으로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따른 증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NG운반선도 기존 74척에서 190척까지 늘릴 방침이다. 

카타르는 지난해부터 국내 조선사들과 대규모 LNG선 발주 관련 접촉이 이뤄졌다. 

지난해 1월 한·카타르 정상회담에서 사아드 빈 셰리다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담당 국무장관은 “LNG선 60척을 새로 도입하기로 결정한 만큼 한국과 좋은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LNG선 1척의 평균 가격은 평균 1억8600만 달러다. 이를 척수 기준으로 환산하면, 계약체결 규모는 103척 정도다. 이는 LNG선 관련 프로젝트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반면 중국 후동중화조선은 지난 달 110억리얄(약 3조7000억원), 척수 기준으로 16척의 건조 계약을 카타르와 맺었다. 계약 규모만 놓고 보면 중국을 압도한다.

이로써 국내 조선업계는 LNG선 수주를 휩쓸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증명했다. 

통상 LNG선은 LNG를 영하 163도의 극저온 탱크에 저장해 운반한다. 

극저온 상태의 LNG가 유출될 경우 이를 방어하는 강철강도가 약해져 배가 조각 날 수 있다. 아울러 LNG에 화기가 닿으면 대형 해상 폭발 사고로 이어지는 등 위험이 발생한다. 

이에 선사들은 안전성을 고려해 조선소 선별이 까다롭게 이뤄진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 중론이다. 

반면 중국 조선소는 기술력이 입증됐다고 보기엔 우려가 크다. 실제로 2017년 9월 프랑스선사 CMA-CGM이 중국 조선소에 발주한 2만2000TEU급 메가 컨테이너선 9척에 대한 납기일은 예정일보다 7개월 이상 연기된 데다 건조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조선소를 포함해 선박 크기까지 바뀌었다. 

광저우웬청이 아이슬란드 선주사 아임스킵 요청을 받아 건조 중인 2150TEU급 컨테이너선 브루아르호도 인도가 연기된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달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카타르의 1차 발주 물량인 16척을 우선 수주했으나 이는 중국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성사됐다는 분석이다. 통상 중국 은행들은 자국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면 선가의 60% 금액을 금융지원한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내세운 가격 경쟁력과 중국 은행의 자금 지원, 중국이 세계적인 가스 소비국인 점 등을 카타르 정부가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도 "중국 조선소가 더 건조할 능력도 안 되고, 기술력에 대한 걱정이 있어 초기 물량 빼고는 다 한국에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익시스FPSO가 호주 익시스 유전으로 출항하고자 준비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조선업계에서는 카타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내 주력 선종인 LNG선 계약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돼 수주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조만간 수주계약이 예상되는 곳은 러시아에서 진행되는 아틱LNG2 프로젝트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노바테크는 북극 연안에서 진행되는 LNG선 10척 발주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절반가량 수주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이 2014년 러시아 야말 LNG 프로젝트에서 쇄빙 LNG선 15척을 수주를 따낸 바 있다.

이밖에 모잠비크 LNG개발을 주도한 프랑스 토탈사는 LNG선 발주를 준비 중이며, 150억달러 규모의 선박 발주 금융을 확보한 상황이며, 3~4분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50~60척 규모의 추가 수주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 등 여러 가지 대외적인 변수가 존재하지만, 상황이 어느정도 나아진다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진행하는 추가 수주도 기대해 볼만한 상황”이며 “친환경 LNG선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한국 조선업계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만약 국내 조선3사가 러시아를 비롯해, 모잠비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계약을 싹쓸이 할 경우 지난 2004년에 이어 사상 최대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 중론이다.

김홍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카타르에서 성사된 슬롯 계약과 실제 발주 척수가 다를 가능성이 나오지만, LNG선 발주 규모는 2004년을 제칠만한 성적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모잠비크 등 대형 LNG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카타르 LNG 프로젝트가 대규모 LNG선 건조를 검토 중인 다른 선사들의 발주 계획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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