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이 빚쟁이를 양산하는 우리나라는 비정상이다. 이런 것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는 정부와 국회의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온라인 화상회의를 진행하던 400여 명의 미국 청년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한 자선가가 빚에 짓눌린 청년들을 위해 써달라며 800만 달러(약 98억원)의 거금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다.  

미국 ABC는 최근 청년지원 시민단체가 익명의 자선가로부터 800만 달러를 후원받았다고 소개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800만 달러는 학자금 대출 등을 갚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부로 학자금 및 생활 대출을 면제받는 청년은 약 400명이며, 이 중에는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를 한 번에 탕감받는 청년도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에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 일하고, 청소년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입시 지옥’을 한 번 갔다 와야 한다.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잘 안 되고, 비정규직이 많아 불안 속에 살아간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청춘이 1만 명에 육박하고, 1만7000명이 취업 이후에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고 있다.

2018년 우리나라 대학생 학자금 대출 총액은 1조8077억원이다. 대출 인원은 63만 명, 1인당 대출 금액은 287만원이다. 학생 한 명이 두 학기 모두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한 해 대출금이 600만원 가까이 된다. 배우면 배울수록 빚쟁이가 돼 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해 미국의 갑부 로버트 F 스미스는 모어하우스 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축하 연설을 하는 도중에 2019년 졸업생 전원에게 대출 학자금을 모두 갚아주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이날 졸업생들이 받은 돈은 478억원이다.

스미스가 졸업생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대가로 내건 조건은 거창하지 않았다. 스미스는 “학위는 여러분이 신세를 진 모든 사람에게 재능과 열정으로 헌신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라며 “앞으로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 빚에 억눌린 마음을 털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회진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업가 스미스. 우리나라 대학생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백년대계(百年大計) 교육이 빚쟁이를 양산하는 우리나라는 비정상이다. 이런 것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는 정부와 국회의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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