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전(왼쪽)과 이후(오른쪽), 인도 뉴델리시 모습(사진 출처:CNN)

[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코로나19로 평소 몰랐던 사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이 조금 활동을 자제하니 인도에서 히말라야가 보이고, 멸종위기의 동물들이 돌아오고 있다. 자연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썩을 수 있는 모든 것은 거름이 될 수 있다’는 자연의 섭리를 음미해 본다. 자연은 욕심이나 거짓과는 멀다. 시골의 논밭이 자연성을 회복할 때 우리네 삶도 건강해질 수 있다. 

농사일이 이젠 추억거리가 됐지만 퇴비 만들기는 농작물 재배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산에서 풀을 베었고 똥오줌을 뿌려 제대로 썩히면 한 해 농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당시 시골 생활에서 의미 없이 버려지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음식 찌꺼기는 가축의 먹이가 되거나 헛간에 모여 거름으로 재탄생했다. 

농업 생산량이야 지금보다 적었지만 친환경 유기농 덕택에 자연이 베풀어주는 혜택은 풍성했다. 논에서 팔딱팔딱 숨 쉬는 미꾸라지, 고둥, 방개는 개구쟁이 아이들의 소꿉친구가 되기에 충분했다. 생명력이 가득한 논밭,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삶이 가능했던 것은 자연을 이용하되 순리에 역행하지 않는 마음의 눈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감자나 고구마 하나라도 나눠 먹을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과밀한 도시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농촌의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농촌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논밭은 도시생활의 젖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사람을 위해 있는 자연으로만 알았지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개발과 이익을 위해 달리기만 했는데, 일단 멈추고 다시 생각하게 하는 데 코로나19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내 이웃의 병이 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고, 이웃이 건강해야 궁극적으로 나와 가족의 안전도 보장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절감하고 있다. 

환경파괴와 지구 오염을 재촉한 우리가 스스로 바이러스의 변이를 부추겨 멸종을 재촉하는 것은 아닐까. 각종 토건 사업, 벌목, 야생동물 밀렵·밀거래는 자연 생태계를 흔들었고, 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했다. 우리는 보다 많은 농작물을 가지려는 욕심에 농약을 마구잡이로 뿌림으로써 자연을 망쳐 왔다. 논과 밭은 썩지 않는 중병이 들었다. 

희망을 품으며 살아가는 삶은 행복하다. 누구든 작은 바람 하나는 갖고 있을 듯하다. 가까운 곳에 텃밭을 마련하고 그곳으로 나들이를 떠나 보는 일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평소 가볍게 보아 왔던 것들을 그곳에서 만나 깨침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큰 소득이 될 만하다. 

먹고 버리고, 다시 거름이 돼 먹고 살리는 자연 순환이 텃밭에서 이뤄진다. 발효·처리된 음식 폐기물의 최종 부산물을 텃밭에 퇴비로 사용하면 농작물에 좋은 거름이 된다.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친환경 농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친환경 텃밭을 가꾸면서 재미가 쏠쏠하다. 씨앗을 심고 나서, 싹이 나는 걸 바라며, 열매 맺기를 기다린다. 새싹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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