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 동덕여대 교수

21세기를 맞이하여 우리에게 다가온 다문화 사회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다문화라는 용어는 더 이상 새로운 용어가 아니며 다문화인이라는 말도 여러 매체를 통하여 자주 들리는 말이 되었다.

날로 확장되어가는 국제간 교역과 인간의 이동은 피부와 머리 색, 얼굴 생김새와 말씨나 행동 등으로 서로 나누는 일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지구촌이요, 글로벌 시대인 것이다.

농촌총각 장가보내기는 결혼이주여성의 수를 급속도로 늘어나게 하여, 법무부에 따르면 2012년 14만8498명, 2013년 15만865명, 지난해 15만994명을 기록했고 올해 8월 기준으로도 15만569명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고 한다.

국내 노동자의 3D 업종 기피 현상의 해결책으로 시작된 외국인 노동자의 수도 계속 증가하여 그 수가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7월 발표한 ‘2015년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74만1919명(2015년 1월 1일 기준)에 이르렀다. 충청북도의 인구가 158만 명 정도이니, 도 하나에 사는 주민보다 많은 수의 외국인 주민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주민과 우리 국민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살며 사회의 통합력을 높일 것인가가 우리사회의 주요한 과제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들이 이웃하여 생활하는 이민자들에 대한 이해와 협조와 배려로 출신국가나 인종 등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을 버리고, 이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산업근로자를 불법체류자로 만들어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이나 결혼미끼 사기와 취업구실 금품갈취, 이민자들의 30%가 넘는 결혼초기의 이혼율, 견디기 어려운 폭행과 욕설, 인격적 모독과 수치심을 조장하는 행위 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

동남아 출신 결혼이주여성이 많이 늘어나면서 이들과 그 가정을 일컫는 다문화인,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가 널리 통용되고 있다. 혼혈인은 굴절된 한국의 현대사와 더불어 출현하였다.

과거 혼혈인들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병사와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며 혼혈아는 대표적인 차별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인 남편과 아시아 또는 구소련 지역 출신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순혈주의자들은 혼혈인을 우리민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나  순수 혈통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한국인들의 단일혈통도 따지고 보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06년 정부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순혈주의 정서'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다문화 감수성'을 함양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는 '혼혈인'이라는 용어를 국민공모 등을 통해 '온누리안', '다문화인' 등의 용어로 대체하였다.

다문화는 멀티컬처(Multiculture), 즉 문화적 다양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사용되면서 ‘다양한 문화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본래의 의미는 퇴색되고 다문화인은 특정 집단을 연상케 하는 용어가 되어 우리와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다른 차별을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는 말로 변해버렸다.

▲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다문화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막상 일상에서 다른 존재와 어울리려는 문화나 감성이 녹아들거나 실천하는 것에 대한 노력은 부족하였다. 유네스코는 2001년 '세계 문화다양성 선언'을 발표하고 '문화다양성'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외국은 '멀티컬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 이민을 기반으로 출발한 국가의 '다문화'와 독일이나 프랑스 등 인력 부족을 메우고자 이주민을 받아들인 국가에서 쓰는 '다문화'는 각각 배경과 경제 사회적 맥락이 다르며 때문에 그들의 다문화정책은 서로 차이가 있다. 한국의 배경과 맥락에 맞는 우리의 다문화 개념과 다문화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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