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박원순 시장은 3선의 서울특별시 장(長)이다. ‘특별시’라는 명칭에 걸맞게 박 시장은 17개시도 광역단체장중 유일하게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게다가 경기도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장이다.

여야를 넘어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라도 탐내는 자리에 1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때 박 시장은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등을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박 시장의 지지율을 보면 언제 1등을 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2~3% 박스권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박 시장보다 낮은 지지도를 받는 인사는 원희룡 제주지사, 심상정 정의당 대표, 김부겸 의원 정도다. 대체 박 시장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

박 시장이 2015년 차기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배경은 재선의 서울시장이라는 점이 크게 한몫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시의 수장으로써 보여준 안정적인 리더십과 메르스 사태를 맞이해 ‘늦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며 보여준 선제적 위기대처 리더십으로 1위에 올랐다. 대선을 2년 남긴 시점이다.

그러나 박 시장의 1위 수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변곡점은 2017년 5.9 조기 대선전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당시 박 시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는 기정사실이었다. 실제로 2017년 1월2일 “시대적 요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며 SNS에 글을 올려 사실상 대권 출마선언을 했다.

이후 ‘문재인 때리기’로 1등과 각을 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된 1월 26일 ‘뜨지 않는 지지율’로 인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체면을 구겼고 지지율 역시 떨어졌다.

[옥탑방 ‘정치쇼’에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직격탄’ ]

그래도 간신히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7년 5.9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하고 첫 총리로 이낙연 총리를 임명하면서 여권내 대선주자 지형에 변화가 시작됐다.

설상가상으로 박 시장은 2018년 강북 옥탑방 살이는 ‘정치적 쇼’라고 질타를 받았다. 현장 체험을 강조했지만 이후 ‘강남?강북 균형발전’ 구상의 일환으로 내놓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로 서울 집값이 치솟으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급기야 비판여론이 커지자, ‘전면 보류’시키면서 한달 간 옥탑방 살이 역시 빛바랜 추억이 돼 버렸다. 

최근에는 서울시 산하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서울시 보유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반지하 공간에 거주하는 세대를 지상층으로 옮기고, 빈 반지하 공간을 창업교실이나 주민 사회간접자본(SOC) 등 다양한 공간복지시설로 전환하면서 이 공간을 ‘기회가 생기는 층’이라는 뜻의 ‘기생층(機生層)’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과하는 헤프닝을 겪었다.

아카데미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반 지하 공간을 염두에 둔 작명이지만 반 지하에 사는 수많은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모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렇듯 박 시장과 서울시 성추행 사건에 그 산하 기관의 오버로 인해 박 시장의 지지율은 2%대에서 고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포스트잇’ 투성 집무실 ‘촘촘한 그물망 리더십’]

박 시장의 지지율 추락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지율이 너무 낮다보니 지지율을 올리기위한 조급함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며 “특히 박 시장의 본인이 다 챙기려는 꼼꼼한 성격이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시를 출입한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을 ‘박주사’(6급 공무원)로 사석에서 부르기도 한다.

집무실이 온통 포스트잇으로 덮여있고 하급직이 처리할 사안까지 세세하게 챙기는 서울시장 성격이 결국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지지율이 추락하고 추락한  지지율이 오르지 못하는 배경이라는 얘기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박 시장은 지난 메르스 사태 때에 비견해 다소 차분한 대응을 보여주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제적 대응조치에 비견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중국 힘내라”를 외치는 동영상을 구호 물품에 실어 중국에 보내는 등 다소 안일하게 대처했다. 물론 박 시장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민생경제 위축을 차단하는 데 적절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무적 측면에서 대권 경쟁자인 이 지사와 비교돼 주도권을 빼앗긴 것은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듯 주지의 사실이다.

여권에서는 박 시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비해 높은 주목도를 지닌 서울시장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배경은 ‘촘촘한 리더십’을 꼽는 이유다.

최근에 들어서야 박 시장은 정무조직 개편을 대대적으로 진행해 새로운 정무라인을 구축해 리더십의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주군인 박 시장이 변하지 않는 이상 빈번한 정무라인 교체로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안정적 관리형’-3선 서울시장 경력 위기이자 기회]

그러나 박 시장의 대권 가도가 가시밭길만은 아니다.

여권 대선 구도가 호남 이낙연, 반문 이미지가 강한 이재명, 친문 후보 등 3자 구도로 짜여질 경우 박 시장에게 기회가 있을 수 있다.

경남 창녕이 고향인 박 시장은 ‘PK 대망론’을 이을 수 있고 3선 서울시장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리더십과 친문이 관리할 수 있는 관리형 인사라는 점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위기 요소는 친문 주류발 유시민, 조국, 김경수 등 제3의 영남권 친문 직계 인물이 부상할 경우 지난 대선처럼 출마 조차도 버거운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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