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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저공비행] 건설사 'OS요원'과 시공권 쟁탈전

[뉴스워치=김웅식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둔 재개발 사업지를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시공권 확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클린수주’ 문화에 금이 가고 있다. 최근 건설사 간 비방전이 가장 심화된 곳은 공사비 2조원 규모의 한남3구역이다.

입찰 이전부터 이들 건설사의 ‘OS요원(외주 홍보업체)’ 수백 명이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접촉을 시도하거나, 경쟁사로 나설 건설사에 대한 비방전을 펼치는 상황도 연출됐다. 이렇다 보니 3년 전 건설사들이 홍역을 앓은 서울 서초구 ‘반포대전(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수주전)’과 유사한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실제로 GS건설은 지난해 11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전에서 이 회사가 고용한 외주 홍보업체 직원들이 조합원들에게 현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재입찰이 시작된 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잉수주전이 또다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정부와 서울시는 현장 감시를 강화했다. 결국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은 최근 한남3구역 OS 활동을 잠정 중단해야 했다.

지난 2017년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단지 시공권을 놓고 대형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GS건설은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수주 홍보전을 펼쳤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가 열리는 날까지 상대방 흠집 내기와 비방이 난무했고, 이사비 무상지원과 특화비용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수주 홍보전을 과열시킨 데에는 ‘OS요원’의 활동도 한몫했다. OS(Outsourcing)는 용역업체가 동원한 외부 인력을 말한다. 조합이나 건설사의 심부름꾼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법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때 토지, 주택 소유자가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 구성, 주민대표회의 구성, 시공사 선정의 절차에 조합원의 서면동의서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면동의서는 조합원의 의결권이다. 개인 사정으로 총회 참석이 어려운 조합원들은 서면으로 결의의 뜻을 밝힐 수 있다. 이때 조합 혹은 건설사로부터 고용된 OS요원이 서면동의서를 수령하는 일을 맡는다. 문제는 OS요원들이 조합이나 건설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서명할 것을 종용하는 데 있다. 이런 과정에 간혹 금품이 오가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현재 수주전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은 1차 합동설명회 이후 부스를 설치해 수주홍보를 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OS요원을 통한 개별 홍보가 금지돼 있어 홍보부스를 찾는 조합원을 대상으로만 홍보를 할 수 있다. 수주 과열과 혼탁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정한 규정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조합원 개별 홍보에 손 놓고 있을 리는 없다. 조합 OS요원을 통해 개별홍보에 나선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조합은 총회 개최 안내와 안건 설명을 위해 OS요원을 임의로 뽑을 수 있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조합원과 개별 접촉이 가능하다 보니 특정 건설사를 홍보하는 메신저로 나서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합 OS요원을 잡지 못하면 수주를 못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공정한 시공사 선정을 위해 개별 홍보를 못하도록 막은 것이 조합 OS요원을 통한 편법 홍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OS요원들이 수주전의 핵심 인력이고 많은 불법 행위를 벌이는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정부가 불법 행위를 방조해 온 것이나 다름없다. 재건축·재개발 비리를 줄이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OS요원의 서면동의서 수령 금지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대안으로 우편이나 전자투표를 활용해 조합원 결의를 모으는 걸 생각해 볼 수 있다.

건설사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벌이는 ‘쩐(錢)의 전쟁’과 선심성 공약은 흔히 뇌물과 횡령을 동반하며, 이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건설사가 제시하는 당장의 이득이 커 보일 수 있지만, 얻는 만큼 내놓아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김웅식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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